Kearney Insight

CFO가 놓치고 있는 조달의 거대한 잠재력

2026.01.08

 

조달(Procurement)이 지닌 잠재력은, 오늘날 CFO 아젠다에서 가장 과소평가된 영역일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제조기업에서 외부 조달 지출은 매출의 약 65%를 차지하며, 서비스 산업에서도 그 비중은 약 30%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earney의 최신 연구에 따르면 조달을 전략적 파트너로 인식하는 CFO는 3명 중 1명에 불과하다. 이는 불과 몇 년 전과 비교해 현저히 낮아진 수치다. 이러한 인식의 괴리는 결코 가볍지 않다. 조달의 역할이 단순한 비용 통제 기능에 머무를 경우, 기업은 혁신 역량과 공급 측면의 경쟁우위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채 방치하게 된다.
 

아이러니는 분명하다. 현재 5명 중 4명의 CFO는 자사 조달 조직을 ‘베스트 인 클래스’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 인정이 조달의 전략적 영향력 확대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망 혼란, 인플레이션 압력, 디지털 전환 가속화의 와중에서 조달은 어느새 경영진 테이블에서 자리를 잃었다. 이제 과제는 분명하다. 조달은 비용의 문지기(Cost Gatekeeper)가 아니라, 성장·혁신·회복탄력성의 동력으로써 다시 한 번 CFO와 경영진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Figure 1 참조).

 

► Figure 1. 조달을 전략적 비즈니스 파트너로 보는 조직은 3분의 1을 약간 넘는 수준이다. 대다수는 여전히 운영 중심의 사고방식에 머물러 있으며, 조달의 역할에서 제한적인 기회만을 보고 있다.

 

 


1. 왜 CFO는 전략적 조달을 과소평가할까?

 

최근 몇 년 사이 조달의 성과는 크게 향상되었다. CFO들도 재무 부서와의 협력이 강화되었으며, 조달 결과에 대한 가시성 또한 높아졌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조달을 ‘전략적 기능’으로 보는 CFO의 비중은 3분의 2에서 3분의 1로 오히려 급감했다(About the research 참조). 
이는 일종의 사각지대를 형성한다. 즉, 조달이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는 점점 주변으로 밀려나고 있다. 

 

매출 200억 달러 이상의 대기업에서는 이 간극이 더욱 심화된다. 이들 기업에서는 CFO 5명 중 1명만이 조달을 전략적 기능으로 인식한다. 조직이 클수록 조달은 표준화되고, ‘자재 및 비용 관리  조직’으로 축소 인식될 위험이 커진다. 이는 곧 조달을 통해 성장, 회복탄력성, 혁신을 끌어낼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단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About the research
본 글은 Kearney가 2025년에 실시한 CFO 설문조사를 기반으로 한다. 해당 조사는 매출 규모 50억 달러 이상의 기업에 재직 중인 재무 리더 15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응답자는 북미 약 40%, 서유럽 약 40%, 기타 지역 20%로 구성되었으며 여러 산업 분야를 포괄한다.
 

또한 Kearney의 Assessment of Excellence in Procurement(AEP)에서 도출된 인사이트를 반영하고 있다. AEP는 최근 2년간 500개 이상의 기업을 대상으로 조달의 성과와 모범 사례를 분석한 연구로, 조달 우수성의 네 가지 핵심 축인 수요(Demand), 조직(Team), 공급업체(Supplier), 카테고리(Category) 전반을 다룬다.

  

 

2. 오늘날 CFO들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우선순위는 무엇인가? 

 

응답자의 72%가 성장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그 다음으로 혁신, AI 트랜스포메이션, 비용 절감이 비슷한 수준으로 뒤따랐다. ESG는 그보다 약간 낮은 55%로 나타났다. 이러한 우선순위는 현재의 재무 어젠다를 규정하고, 더 나아가 기업 전체의 어젠다까지 규정한다.
 

그러나 조달은 여전히 비용 관리라는 협소한 범주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경향은 소폭의 절감 효과를 가져올 수는 있지만, 성장과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더 큰 우선순위와는 맞지 않는다.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조달의 역량을 공급업체 주도의 혁신, 더 빠른 시장 진입, 기술 기반의 선제적 예측을 통해 기업의 성장 어젠다와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3. 선도 기업들은 무엇이 다른가?


Kearney의 다년간 벤치마크 연구인 조달 우수성 평가(AEP, Assessment of Excellence in Procurement)는 선도 기업들이 조달의 역할을 어떻게 재정의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이들 기업은 조달을 단순한 비용 관리 기능에 국한하지 않는다. 대신, 성장과 혁신을 조달의 핵심 책무로 내재화하고 있다.

 

  • 카테고리 전략에 혁신과 성장을 내재화하여 매출 성과 (Top-line Impact)를 창출
  • 공급업체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신제품 및 새로운 기능을 공동 개발하고, 시장 출시 속도를 높임
  • 프로세스 효율을 넘어, 더 나은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하는 AI 에이전트 기반 인사이트 활용
  • 다년간의 카테고리 전략과 소싱 파이프라인을 재무 및 사업 계획과 직접 연결함으로써, 조달을 분기별 사후 검토 사항이 아닌, 전략 수립의 구조적 입력값(Structural Input)으로 활용


최근 산업 내 사례들은 조달 그 자체가 경쟁의 해자(Competitive Moat)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 선도 기술 기업은 최근 공급업체의 차세대 생산능력 대부분을 선점함으로써, 핵심 혁신에 대한 우선 접근권을 확보했고, 경쟁사들은 제한된 공급을 두고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 사례는 조달 의사결정이 시장 구조와 기업 경쟁우위 자체를 형성할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증거는 하나의 더 큰 교훈을 시사한다. 조달을 성장, 혁신, 재무 계획에 통합하는 기업은 여전히 조달을 거래 중심(Transactional) 기능으로 인식하는 경쟁사 대비 구조적 우위(Structural Advantage)를 확보하게 된다.

 

4. 조달의 전략적 잠재력을 어떻게 현실화할 것인가?

 

1. 내러티브를 격상하라(Elevate the narrative)
조달의 기여는 더 이상 절감액이나 효율성 지표만으로 측정될 수 없다. 조달의 가치 서사는 절감을 넘어, 공급업체 기반 혁신을 통한 매출 성장 가속화, 시장 출시 속도 향상, 위기에 대한 노출 감소와 같은 성과까지 포함하도록 확장돼야 한다. 선도 기업들은 이미 이러한 미래지향적 KPI를 추적하기 시작했으며, 이를 통해 조달의 가치를 기업 차원에서 성장과 회복탄력성을 평가하는 동일한 언어로 가시화하고 있다(Figure 2 참조).

 

► Figure 2. 선도 기업들은 제품 혁신 퍼널 전반에서 공급업체 주도 혁신을 어떻게 측정하는가?

 

 

2. 언어의 간극을 메워라(Bridge the language gap)
경영진은 자본 배분, ROI, 위험 조정 수익률(Risk-adjusted Return)의 언어로 의사결정을 내린다. 조달이 영향력을 확보하는 순간은, 자신의 이니셔티브를 이러한 언어로 번역할 수 있을 때다. 조달은 위기 관리자나 실행 조직에서 벗어나 전략가로 진화해야 한다. C-레벨에게 ‘베스트 인 클래스’가 무엇인지 교육하고, 비용 절감을 넘어선 가치 창출 사례로 이를 입증해야 한다(예를 들어, 공급업체 다변화가 어떻게 하방 리스크를 줄이는지, 공급업체와의 혁신 파트너십이 마진 확대에 어떻게 직접 기여하는지 보여줌).
 

최근 한 이사회 구성원은 이렇게 지적했다. 조달 리더들은 종종 이사회에 공감되지 않는 기술적 KPI를 과도하게 제시한다. 영향력을 확보하는 조직은 조달을 기업 성과와 직접 연결하는 평이한 언어로 설명한다.


3. 통합에 더욱 집중하라(Double down on integration) 
장기적 경쟁력을 위해서는 조달과 재무 간의 깊은 정렬(Alignment)이 필수적이다. 고성과 조직은 단순히 시스템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소싱 파이프라인을 다년 재무 계획에 직접 반영하고, 공급시장 인사이트를 시나리오 모델링에 활용한다. 이를 통해 수요 전망과 시장 제약을 동시에 반영한 공통된 리스크·기회 관점을 구축할 수 있다.
 

한 글로벌 제조기업은 이를 뼈아프게 경험했다. 조달은 분명 절감을 달성했지만, 그 효과가 손익계산서(P&L)에 반영되지 않아 신뢰를 잃었다. 해결책은 단순했다.

재무 부서가 예산을 통합 관리하고, 조달의 예측치를 전사 계획에 내재화함으로써 조달 성과를 실제 재무 성과로 연결했다.

 

 

5. 조달이 가진 기회

 

조달은 기업 외부 지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달을 전략적 기능으로 인식하는 CFO는 3명 중 1명에 불과하다. 더 심각한 점은, 5명 중 4명의 CFO가 자사 조달 조직을 ‘베스트 인 클래스’로 평가한다는 사실이다. 이 규모와 영향력 사이의 간극, 인식과 현실 사이의 괴리는 성장·회복탄력성·혁신이라는 막대한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게 만든다.
 

지금 필요한 것은 조달을 기업 경쟁력의 핵심 레버(Core Lever)로 재정의하는 일이다. 전략, 자본 배분, 혁신 투자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기능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오늘날처럼 불확실성과 변화가 일상화된 환경에서, 공급 측 인사이트를 전사적 경쟁우위로 전환할 수 있는 기능은 조달 뿐이다. 행동하는 조직은 그 가치를 포착할 것이고, 주저하는 조직은 그 기회를 그대로 흘려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