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5G 성장이 둔화하였으나 몇몇 국가, 통신 회사, 5G 관리 기관을 보면, 5G의 잠재력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긍정적인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다. Kearney가 2024년에 발표한 5G 준비 지수(5G Readiness Index)에 따르면, 대부분의 국가가 5G 성장과 상용화에서 더딘 진행 속도를 보이며 여전히 준비 단계에 있다.
5G 준비 지수 산출 방법
Kearney의 5G 준비 지수는 전 세계 국가와 시장의 5G 도입 현황을 분석한 결과이다.
5G 준비 지수 측정 기준
- 스펙트럼의 가용성(spectrum availability): 5G를 가능하게 하는 저대역, 중대역, 고대역(mmWave, 밀리미터파)에 접근할 수 있는가?
- 배포(deployment): 사업자들이 대역별로 5G 서비스를 얼마나 제공하고 있는가?, 5G SA(StandAlone, 독립형) 코어를 가지고 있는 사업자는 얼마나 되는가?
- 상용화(commercialization): 모바일 가입 중 5G의 점유율은 얼마인가?, 5G B2C 요금제가 잘 마련되어 있는가?, 모바일 엣지 컴퓨팅(mobile edge computing)이나 프라이빗 네트워크 솔루션(private network solutions)이 상용화되어 있는가?, 5G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가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가? 등 다각적으로 분석
5G 준비 지수는 통신 시장의 성숙도와 해당 국가의 사회 경제적 상황도 반영한다. 5G 출시 및 상용화를 분석할 때는 시험 서비스가 아닌 상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명시하거나 웹사이트에 사용 사례를 게시한 경우만 포함한다. 본 지수는 2023년 3분기까지 5G 서비스를 시작한 34개국을 포함하고 있다. (2023년 이후 1개국이 추가되었으며, 2021년과 2022년에는 28개국이었음). 다만, 5G가 있는 모든 국가를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
1. 5G 성장, 제한적이지만 일부 긍정적인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국가별 지수를 살펴보면, 전 세계의 5G 성장은 둔화하고 있다(Figure 1 참조). 국가별 평균 성장률은 2%로, 2023년의 10%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성장 둔화는 초기에 달성한 성과들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저대역과 중대역은 널리 보급되었으며 속도 별로 기본적인 5G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지수 조사가 실시된 이후 처음으로 많은 국가의 점수가 정체되거나 심지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조사 대상 35개국 중 15개국이 전년 대비 성장이 없거나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미국의 경우, 한 통신사가 5G SA 코어를 상용화할 거라고 발표했지만, 출시가 연기되면서(아직 출시되지 않음) 지수에 영향을 미쳤다. 상호 비교를 통해 지수를 매기기 때문에, 다른 국가들이 앞서 나가는 동안 5G 발전에 별다른 진전이 없는 국가들은 지수가 하락한 결과를 보였다.
밀리미터파(mmWave Spectrum)는 미개척 영역으로 남아 있다. 2023년에 이 대역을 도입한 새로운 국가는 없었으며, 소수의 사업자(스페인 1개, 인도 2개)만이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다.
► Figure 1. 전 세계적으로 5G 성장이 둔화되었다
긍정적인 소식도 있다. 38개의 사업자가 SA 네트워크를 상용화하면서, 5G SA 코어의 상용화가 작년 대비 30% 증가했다. 5G SA 코어는 진보적이고 혁신적인 5G 서비스를 구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 코어가 없으면 5G는 단순히 속도가 빨라진 4G와 크게 다르지 않다.
5G의 보급도 긍정적인 추세를 보인다. 현재 7개국의 모바일 연결 중 30% 이상이 5G를 사용 중이다. 작년에는 단 한 개의 국가만이 이러한 수치를 달성했다. 5G 보급은 모든 유형의 연결을 포함하기 때문에, 사물인터넷(IoT) 서비스와 기기를 통한 연결이 전체적인 수치를 높였을 수 있지만, 이를 제외하더라도 사람과 사람 간의 연결이 증가해 5G 보급이 높아졌을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많은 국가의 사업자들이 다중접속 엣지 컴퓨팅(multi-access edge computing), 프라이빗 5G 네트워크(private 5G networks)를 포함한 5G 기반의 산업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향후 더 많은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통신 회사, 운영 체제 개발사, 산업계를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5G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s)의 도입은 여전히 활발하지 않다. API를 5G 수익화를 위한 핵심 요소로 기대하는 관점에서 안타까운 상황이다. 현재 5개국(미국, 싱가포르, 프랑스, 스페인, 독일)만이 개발자들을 위한 5G API를 제공하는 사업자가 하나 이상 있다. 이는 작년 단 2개에 불과했던 것에 비해 증가한 것이다.
2. 국가별 성과
일부 국가들은 5G 순위에서 눈에 띄는 변화를 보였다. 스페인과 호주는 상위 5위권으로 도약했다. 스페인이 가장 큰 진전을 보였는데, 2023년 대비 지수가 15% 상승해 유럽 내 선두 주자가 되었다. 스페인의 5G 보급은 두 배로 증가했다. 주요 사업자 중 두 곳이 5G SA 코어를 출시했으며, 그중 한 곳은 고대역을 사용한다. 텔레포니카(Telefónica)는 개발자에게 5G API에 대한 접근성을 제공하면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스페인은 이러한 성과를 9개월 만에 달성했다.
호주는 사업자들이 새로운 대역의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5% 상승했다. 일본은 5G 보급률이 7% 증가하면서 그 순위를 유지했다.
한국의 상황은 다소 우려된다. 한국은 2021년과 2022년에 상위 5위권에 들며 눈부신 발전을 보였다. 그러나 5G 보급률은 2023년 이후 거의 변하지 않았으며, 단 2% 오른 38%에 그쳤다. 5G를 가장 먼저 시작한 국가(2019년)였기 때문에, 대부분의 연결이 5G를 사용하며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러나 매력적인 서비스(Killer App)가 부재하고, 통신사들이 서비스의 속도를 과대포장해 소비자들로 하여금 과도한 요금을 지불한다고 느끼도록 만들었다. 그 결과, 규제 당국은 사업자들에게 벌금을 부과했으며, 이러한 조치가 5G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초래했을 가능성이 있다.
다른 국가들도 5G 보급을 높이고 있다. 영국은 2023년 동안 5G 보급률이 두 배로 증가해 31 %를 기록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해 13% 증가해 24%를 달성했다.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는 18%에서 32%로 증가했다. 2022년 말이 되어서야 5G를 보급한 인도 또한 빠른 네트워크 구축, 매력적인 가격 책정, 호환 가능한 단말기 이용을 기반으로 보급률이 이미 12%에 도달했다.
말레이시아는 출시 후 2년 만에 인구의 80%를 커버하는 성과를 달성했는데, 이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이다. 정부 지원 기관이 네트워크 구축을 주도해, 사업자들은 상용화에 집중할 수 있었다.
3. 추세 분석을 통해 얻은 인사이트
지난 3년 간의 경향을 살펴보면, 5G 커버리지가 많이 넓어졌으며, 다양한 가격대의 5G 지원 디바이스(mmWave 제외)가 배포되었다. 저대역과 중대역은 이제 널리 사용되고 있고, 해당 대역의 네트워크 출시가 대부분 완료되었다(고대역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음). 정리해 보면, 본격적인 5G 확장을 위한 기반이 마련되었다고 볼 수 있다(Figure 2 참조).
► Figure 2. 5G 확장을 위한 기본 요건이 갖춰지다
Figure 2를 보면, ‘Plateau(정체)’와 ‘Danger zone(위험)’에 많은 국가가 집중되어 있다. 이미 많은 진전을 이룬 선도 국가들은 추가로 성장할 여지가 상대적으로 적다. 예를 들어, 미국은 모든 주요 사업자가 세 대역에 진출해 있으며, 5G API를 포함한 첨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국가들은 5G 침투율(penetration) 부분에서 추가 성장을 이룰 수 있다. API에 기반한 혁신적이고 매력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5G의 필요성을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다.
2년 전만 해도 유럽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지금은 국가에 따라 상황이 다르다. 앞서 언급한 스페인은 많은 발전을 이루어낸 반면, 이탈리아, 네덜란드, 프랑스와 같은 국가들은 여전히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국가들의 5G 보급은 10~15%에 불과하며, 이는 5G가 도입된 지 몇 년이 지나도 사업자들이 분명하고 매력적인 가치를 제안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올해부터 국가들의 가중평균(weighted average)을 기반으로 전 세계의 점수를 산정했는데, 안타깝게도 ‘Plateau(정체)’에 자리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가 나쁘지 않은 점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3년간 변화의 속도가 얼마나 제한적이었는지를 보여준다.
다시 긍정적인 추세에 주목해 보자. 침투율은 2022년 평균 11%에서 올해 20%로 상승했다. 올해 증가율은 약 6%로, 2023년 4% 대비 가속화되고 있다. 이는 고객들이 5G와 5G가 제공하는 가치를 높이 사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휴대전화를 바꾸거나 서비스를 갱신할 때 5G로 자연스럽게 업그레이드되었을 가능성이 더 높다. 이러한 수동적인 이전(migration)도 좋지만, 보다 적극적인 5G로의 전환(shift)을 이끌어야 한다. 그래야만 전 세계와 개별 국가들이 5G 보급과 5G 수익화의 정체기를 극복하고 더 큰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4. 교착 상태인가? 티핑 포인트인가?
지난 3년간, 우리는 5G가 더 크게 도약할 수 있는 티핑 포인트를 기대해 왔다. 우리는 통신사들에게 SA 코어와 5G API를 기반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5G가 가지고 있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잡을 것을 제안해 왔다. 결국 5G의 발전을 위해서는 생태계 조성이 필수적이다 (Figure 3 참조).
► Figure 3. 5G 기반 마련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루어졌지만, 상용화는 뒤처지고 있다
현재 통신 업계가 정체기인 것 같지만, 이는 ‘폭풍 전의 고요’일 수도 있다. 업계 곳곳에서 혁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GSMA(Global System for Mobile Communications,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와 리눅스 재단(Linux Foundation)은 API 표준화를 위한 CAMARA 프로젝트를 협업 중이다. 통신사들도 이러한 작업에 동참하고 있다. 텔레포니카(Telefónica), 오랑주(Orange) 등 일부 통신사는 이미 5G API를 공개적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새로운 B2B2X 서비스가 진행 중이다. 생태계 내 다른 플레이어들도 참여하고 있다. 노키아(Nokia)는 최근 'Network as Code’ 라는 개발자용 API 플랫폼을 공개했다.
5G 업계의 선구자인 싱텔(Singtel)의 파라곤 플랫폼(Paragon platform)도 혁신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싱텔은 특정 산업에 집중하여 5G 기반 디지털 혁신을 돕고 있다. 청와(Chungwa)와 마스모빌(Másmóvil)과 같은 사업자들이 싱텔의 플랫폼 라이센스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파트너십 모델의 또 다른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T-모바일(T-Mobile)은 개발자들을 직접 지원하기 위해 DevEdge 플랫폼과 Tech Experience 5G Hub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엘리사(Elisa)는 네트워크 슬라이싱(network slicing, 하나의 물리적 네트워크를 여러 개의 가상 네트워크로 분할하는 5G 핵심 기술)과 속도에 따라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지난 몇 년 간의 발전을 봤을 때, 5G의 미래는 상당히 기대되는 바이다. 하지만 통신사들이 정체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역량을 믿고 5G 분야에서 새로운 시도들을 계속해야 한다. 이것이 그동안의 투자가 가치 있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길이다. 내년에는 5G 준비 지수(5G Readiness Index)가 아닌 5G 성공 지수(5G Success Index)를 발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