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은 6천억 달러 이상의 규모로 추정되며, 2030년대 말까지 1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1 그러나 미국의 중국을 대상으로 한 반도체 생산 및 공급에 대한 제재와 무역 제한 조치로 인해, 중국에서 사업을 수행해 온 글로벌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리스크에 직면했다. 전례 없는 지정학적 위기 하에서, OSAT 기업들은 어떻게 글로벌 입지를 최적화할 수 있을까?"
1. 미·중 갈등이 반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
반도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경제적 갈등이 좀처럼 완화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2017년, 미국 무역법 301조에 따라 중국산 반도체에 수십억 달러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많은 기업들이 수익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후 몇 년간 OSAT(Outsourced Semiconductor Assembly and Test) 기업들은 비즈니스 모델을 근본적으로 재고하게 되었다. 특히 2019년, 화웨이 등 주요 중국 기술 기업들이 수출 통제 기업 명단(소위 블랙리스트)에 추가되고, 향후에도 더 많은 기업이 추가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공급망에 심각한 혼란이 발생했다.
게다가 수출통제개혁법(ECRA) 및 수출관리규정(EAR) 등 반도체 기술과 관련된 수출 통제가 강화되면서, 중국 내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지식재산권(IP) 보호에 대한 우려도 OSAT 기업들이 경각심을 가지게 하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다. OSAT 분야에서 국가 간 법적 규제가 계속 강화되면서, OSAT 기업들은 리스크 프로파일을 모니터링하고, 사업운영을 재평가하는 등 추가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해 졌다.
2. OSAT의 글로벌 입지 다각화 전략
전부가 아닌, 일부만 이동
지정학적 환경 변화로 인해 많은 OSAT 기업들은 중국 밖으로 사업장을 이전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지만, 종종 “어느 정도의 이전이 적당한가?”라는 어려운 질문에 맞닥뜨리게 된다. 지난 수십 년간 주요 제조국으로 자리 잡은 중국은 낮은 인건비와 풍부한 경험을 결합해 마진이 극히 낮은 산업에서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이다. 또한 중국 반도체 시장은 첨단기술기업(HNTE) 프로그램과 국가 IC 펀드와 같은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투자, 대출, 보조금, 세금 혜택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더 욱이 중국의 시장 규모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OSAT 업체들은 중국 시장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글로벌 입지를 다각화하는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다음 목적지는 어디?
아시아 태평양 지역(APAC) 내에서 입지 다각화를 고려하고 있는 OSAT 기업들은 다행히도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말레이시아를 비롯해 필리핀, 싱가포르는 조립 및 테스트의 주요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베트남, 인도, 태국은 개발 초기 단계에서 유망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 국가는 OSAT 기업이 투자할 의향이 있는 경우, 10년 이상 최대 100% 소득세를 면제하는 ‘개척자 지위(pioneer status)’를 부여하는 경우가 많다. 추가 혜택으로 자본 지출에 대한 세금 공제, 장비 및 자재에 대한 수출입 관세 면제, 연구개발(R&D) 및 기술개발을 위한 보조금 등이 포함된다. 이들 지역은 저렴한 노동력과 소비 시장의 성장을 바탕으로 중국과의 격차를 계속 좁혀가고 있다.
실행하기
중국에서 아태 지역의 다른 거점으로 생산량을 이전할 때, 다음과 같은 옵션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 반도체 생산 거점 평가를 위한 옵션
지정학적 환경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추세는 분명하다. 발빠르게 입지를 다각화할 수 있는 OSAT는 리스크 감소, 맞춤형 정부 인센티브, 새로운 시장 확보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제 문제는 “기업이 활기차고 성장하는 경제 내에서 저렴한 비용을 유지하고, 풍부한 자재와 노동력을 확보하면서 반도체 칩을 제조할 수 있는 시장이 있는가?”이다.
3. 인도의 기회와 도전 과제
인도 진출:기회를 잡을 수 있는가?
최근 5년간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인도는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수요가 최고조에 달했던 코로나 19 기간 동안 인도는 글로벌 수요 급증에 충분히 대비하지는 못했지만,
이 상황으로 인도의 자국 반도체 제조 역량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었다.
하지만 상황은 또다시 변화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COVID-19 영향과 미·중 간 악화되는 비즈니스 환경 영향을 충분히 인식하고,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도는 중국과 대만의 주요 반도체 제조기업을 유치하려 할 뿐 아니라, 부수적인 산업(OSAT, EMS, 백엔드 서비스)들도 인도에서 운영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또한 TATA와 같은 인도 대기업이 반도체 산업에 진출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2021년 12월, 인도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조 기업을 대상으로 100억 달러 규모의 생산 연계 인센티브 제도를 발표했다. 이는 ‘Made in India’ 이니셔티브의 일환으로, 자국 내 반도체 제조가 필수적이라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이 제도를 통해 폭스콘(Foxconn)과 베단타(Vedanta)는 195억 달러를 투자해 45nm 공정 기술로 반도체 팹을 건설하기 위한 합작 회사를 발표한 바 있다.
ISMC 벤처, 타워세미(Tower Semi)와 같은 다른 기업들도 이 분야에 진출했다.2 그러나 이러한 파트너십과 투자는 투자의 지연, 정부 제공 인센티브 확보 실패, 해외 파트너 철수(폭스콘이 베단타와의 파트너십에서 탈퇴) 등의 문제로 제도의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도는 과연 반도체 생태계를 성공적으로 구축하고 지원할 수 있을까?
인도는 반도체 기업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이점들을 제공하고 있지만, 동시에 독특한 도전 과제도 안고 있다.
주요 이점
전 세계 지정학적 이슈로부터 독립적
인도는 지정학적 문제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하면서 어떤 연합에 속하지 않고 모든 국가와의 우호적인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는 사업하기에 안전한 비즈니스 환경을 제공한다.
숙련된 인력 확보의 용이성
인도에는 전자 및 컴퓨터 공학 교육을 받은 숙련된 노동력이 풍부하고, 이러한 인력들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코노믹 타임스에 따르면, 전 세계 반도체 설계 엔지니어의 약 20%가 인도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하는 시장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메모리 및 IC(집적회로) 시장 중 하나이다. 인구와 GPD의 증가, 전자 상거래와 모바일 기기의 사용 증가, 가격 하락으로 인해 SSD가 매력적인 옵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앙/지방 정부의 지원 및 인센티브
인도는 자국 제품 수출에 대해 세금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반도체 및 기타 전자 부품의 생산을 위한 경제특구(데바나할리, 비와디, 마힌드라 시티 등)를 지정하고 있다.
공급망 접근성
인도는 아시아의 반도체 공급업체와 지리적으로 가깝고,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이점이 있다.
도전 과제
반도체에 대한 투자 부족
인도는 전통적으로 반도체 산업에 대한 투자가 부족했다. 단일 첨단 팹의 건설 비용이 약 100억 달러에 달하는데, 다수의 전문가들은 주요 반도체 기업을 유치하기에 100억 달러 인센티브가 충분하지 않다고 본다.
규제 환경
반도체 제조 및 수출입과 관련된 규제는 인도에서 아직 생소하고 복잡하여, 관리하기 어렵다.
이로 인해 투자, 수익 및 정부 인센티브를 확보하는데 소요되는 기간이 지연될 수 있다.
기타 인프라
인도 정부는 필요한 인프라(안정적인 전력, 초순수(UPW : Ultra Pure Water), 경제적 유해 폐기물 처리 시스템 등)의 지원을 약속했지만, 반도체 제조 공장에 필요한 규모를 지원할 수 있는 지역은 인도 내 일부 지역에 한정되어 있다.
4. 결론
인도는 조립 및 테스트(OSAT/EMS)를 포함한 반도체 제조 및 백엔드 서비스 지원 분야에서 세계적인 리더가 되고자 하며, 대형 설계 회사(OEM 및 IDM 기업들 포함)들이 1) 미·중 갈등과 동아시아 공급망 의존성에 대비하고, 2) 성장하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매력적인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몇몇 초기 진입 기업들에게는 큰 도전에 맞닥뜨리겠지만, 이니셔티브를 성공시키고자 하는 현지 파트너 및 정부와 긴밀히 협력한다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인도에 투자하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는 인도의 성장하는 경제와 인구, 모든 방면에서의 빠른 기술 도입 속도를 감안할 때 장기적으로 큰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극복해야 할 과제도 함께 따른다는 점 또한 명심해야 한다.
1 Counterpoint Research, annual business report 2022, 2 Gartner 2023 semiconductor outl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