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학령 인구 감소로 위기를 맞은 한국 대학들의 혁신 방향은?
초저출산과 초고령화 시대, 대학의 Pivoting 필요성
대한민국은 2024년 Triple 인구 절벽, 2025년부터는 초고령사회 진입이라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인구 절벽(The Deomographic Cliff)이란, 소비, 노동, 투자의 주체인 15~64세 생산가능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급속하게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2024년 대한민국은 유치원 입학 자원(’20년생), 초등학교 입학 자원(’17년생), 대학교 입학 자원(’05년생)이 모두 전년 대비 현격히 줄어드는 Triple 인구 절벽이 시작되었다.
► 2000년 이후 연도별 출생아 수 통계
초고령사회는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현상을 말한다. 2025년 대한민국은 노인 비율이 20.3%를 차지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되며, 2060년에는 전체 인구의 절반이 노인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로 인해 지방 소멸, 대도시의 노동력 감소와 같은 현상은 이미 예정된 미래가 되었다.
► 연령별 한국 인구구조 변화
대학 입학 자원의 경우, 향후 6~7년 동안 등락을 반복하다 2031년부터 본격적으로 급감할 예정이다. 따라서 이 골든 타임 동안 대학의 운영 구조를 개편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대학의 가장 시급한 과제가 되었다. 최근 5개년 동안 이미 대학 지원자는 20% 가량 감소하였으며, 전국적으로 신입생 미충원 사태가 심화되고 있다. 특히 2024학년도 미충원이 가장 많았던 지역은 전남, 광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양극화 현상도 뚜렷했다.
► 전국 대학 입학자원 추계
학령 인구 감소로 인해 대학이 맞이하게 될 변화는 아래 세 가지로, 각 영역에서 대대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 또한 이는 채용 및 노동시장에도 연계되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① 학습자 우위의 시대가 열린다.
이전에는 대학보다 대학에 들어가고자 하는 학생 수가 더 많았기 때문에 공급자 위주의 시장 논리가 가능했다. 그러나 앞으로 학습자들의 니즈에 부합하지 않는 교육 환경은 즉각 도태될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즉, 교육의 질적 전환이 필요해 졌다. 확연히 줄어든 학습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대학들은 학습자의 니즈를 최우선으로 지향하는 교육 환경 조성에 매진하고 있다.
② 학생 정원 미달에 따른 유학생 유치 전쟁이 시작된다.
국내 순수 20대 청년 학습자 뿐 아니라 다양한 Range의 학습자 구성으로 빈 정원을 채우기 위한 양적 전환이 절실해 진다. 그 방편의 하나로, 대학들은 국제화를 통해 해외 유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③ 지역 인구 소멸 방지를 위한 지역사회-대학 간 협력이 강화된다.
지역의 경우 대학 뿐 아니라 도시 자체의 인구 감소도 심각하므로, 지역과 대학 간의 적극적인 협력이 강구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학들은 지자체와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하여, 지역 산업에 맞는 인재를 양성하고 정주 시킬 여건을 개선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를 모색하고 있다.
세 가지 변화 방향을 하나씩 살펴보자.
1. 대학 교육 변화: 수요자 중심 교육으로의 전환
최근 학령 인구 감소 외에도, 빅 블러(Big Blur) 시대 산업 생태계의 변화나 탈경계화 등으로 인해 융복합적 사고 역량에 대한 기업의 요구가 높아졌으며, 실무 중심의 현장형 인재에 대한 선호 또한 높아지면서, 교육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대학은 학생의 선호나 필요에 최적으로 부합하는 방향으로의 교육 질적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정부 또한 다양한 규제 완화, 새로운 정책 사업 추진을 통해 대학 체질 개선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대학 교육의 변화는 두 가지 방향으로 정리할 수 있다. 하나는 모든 학생이 필요에 따라 학과나 학기, 시간, 공간 제약 없이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방향, 다른 하나는 학생들의 성공적인 사회 진출을 위해 산업이나 기업체 수요에 적합한 교육을 실시하는 방향이다. 다시 말해, 기존의 공급자 중심에서 벗어나 학습자가 원하는 것, 그리고 그 학습자들이 민감하게 여기는 산업체가 원하는 것에 맞춰서 혁신을 이루는 ‘수요자 중심 교육’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어서 수요자 중심 교육의 최근 키워드인 무전공 입학 제도, 맞춤형 교육, 계약학과에 대해 하나씩 짚어보자.
► 대학 교육 패러다임 변화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 교육체계로의 대대적 전환이 이루어질 전망
① 무전공 입학 시대의 도래
2025년부터는 대학 신입생 4명 중 1명이 전공 없이 입학하게 된다. 이는 융합 인재 양성을 위해 교육부가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정책 중 하나로, 학생들이 충분한 자기 탐색과 진로 고민의 시간을 거친 후 전공을 선택할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무전공 입학 학생들은 1학년 한 해 동안 자유전공 학과 소속으로 진로 탐색을 한 후에, 2학년 때 본격적으로 자기 전공을 선택하게 된다. 또 많은 대학들이 무제한 전과 제도까지 계획하고 있어, 앞으로 전공 선택권은 무한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학들은 전공 쏠림 현상이 발생할 경우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향후 지속적으로 미충원이 발생하는 학과 또는 과충원이 발생하는 학과가 축적될 경우, 전체 학과 구조조정도 예상된다. 교육부 또한 표면적으로는 ‘학생의 선택권 확대’를 주장하고 있으나, 이면적으로는 학령인구 급감에 따라 학생 수요가 적은 전공은 과감히 구조조정 해야 한다는 점을 어느 정도 시사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무전공 입학 제도가 정착되고 확대될 경우, 국내 대학들의 학과 구조, 전공 선택에 대한 개념과 과정이 전면적으로 변화하게 될 것이다.
► 무전공 입학이란?
학생이 대학 입학 시 바로 전공을 선택하지 않고, 1년 간의 전공탐색 후 전공을 정하는 제도로, 교육부는 그 운영 방식을 크게 두 가지로 제안
② AI 기반 개인 맞춤형 교육의 등장
지금까지의 교육이 다소 일방향의, 일괄적인 공급자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교육에 AI를 접목해서 개별 학습자의 수준, 적성, 선행 지식, 학습 속도에 맞춘 맞춤형 교육이 가능해 진다. 향후 AI는 입학 시점부터 개별 학생 맞춤형 진로와 심리 상담 등을 밀착 지원해주고, 학과 및 전공을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가이드해 줄 것이다. 각 학기별로도 이수할 과목을 추천해주고, 수업이 시작되면 교수와 조교 역할이 되어 학습을 리드하고 지원한다. 수업 후에는 개인 맞춤형 복습을 지원하거나 연관된 기타 학문 분야의 추가 학습까지 도와준다. 학업 외에도 성적, 진로, 심리, 생활 상담이 필요한 경우 직접 상담해주거나 최적의 사람 멘토를 찾아 연결해 주기도 할 것이다.
이처럼 AI의 활용이 증대되고 정착되면 대학 내 학생의 Lifecycle 또한 대대적으로 변화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해외 대학에서는 교육 현장에 AI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버드에서는 사람 교수 없이 AI 교수로만 수업을 진행한 사례가 나왔으며, AI가 강의 중 학생의 질문에 응답하거나, 학생의 이탈을 예측하여 선제적으로 상담하는 등의 형태로도 활용되고 있다.
[AI 활용 국내 사례] 중앙대 e-Advisor 시스템
중앙대는 2021년 학생들의 과거 학습 활동 데이터나 활동 이력 등을 분석해 개인에 맞춤화된 최적의 전공과목 및 비교과 프로그램들을 추천해 주는 서비스를 런칭한 바 있다. 이처럼 학생들은 앞으로 AI 기반 전공 추천이나 과목 추천, 학업 로드맵 추천을 활용해 전공 및 과목을 선택하는 New Normal에 점차 익숙해지게 될 전망이다.
► AI 기반 학생역량성장지원시스템
③ 채용연계형 실용교육 강화
급격한 기술 발달 및 직업/직무의 변화로, 이론 중심 교육보다는 실무에 즉시 적용 가능한 다양한 최신 기술 및 지식에 대한 요구가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대학 교육은 형태적, 내용적, 방법적 측면 모두에서 대대적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형태적 측면에서는, 기존 학문 중심 학과에서 벗어나 기업의 필요에 기반한 계약학과나 융합학과로의 전환이 두드러진다. 내용적 측면에서는, 단일 학문을 가르치던 교육과정에서 융합 과정 또는 단기 집중형 마이크로디그리, 모듈화 과정 등으로 연합 또는 축소되는 양상이 보인다. 방법적 측면에서는, 강의식 교수법을 넘어 체험형, 실습형, 프로젝트형 등으로 보다 다양화되고 있는 추세다.
이와 같은 변화는 개별 대학 자체적으로 기업과 MOU를 맺어 진행하기도 하지만, 정부에서도 대형 사업 및 규제 혁신을 통해 꾸준히 마중물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계약학과, 융합전공, 마이크로디그리는 대학의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 최근 정부가 직접 추진하고 있는 트렌드다.
[참고] 계약학과
계약학과란, 대학과 기업이 협약에 의해 우수한 신규 인재를 선발 및 양성하거나 기존 인력을 재교육하기 위해 설립하는 학과를 말한다. 정부는 2023년 계약학과의 설치와 운영 기준을 대폭 완화하여 기업과 대학 간 협력을 직접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계약학과의 유형은 크게 채용조건형과 재교육형으로 나눌 수 있다. 채용조건형은 우수 인재를 대학과 기업이 함께 선발해서 먼저 육성한 후에 일정 기준을 통과하면 기업 재용을 보장해주는 형태이다. 재교육형은 재직자들의 훈련 또는 재교육을 수행하는 형태이다.
2023년 3월 정부는 별도 학과 설치 없이 기존 학과 정원 20% 이내를 계약 정원으로 하여 채용조건형 학생을 추가 선발할 수 있도록 채용조건형 계약학과 운영 기준을 완화했다. 재교육형의 경우, 기존에는 산업체와 대학이 같은 시/도에 위치하거나 직선거리 50km 이내에 서로 위치해야 하는 등의 규제가 있었으나 전국에 설치 가능하도록 완화하였으며 원격 수업이나 이동 수업의 가능 횟수 및 범위도 대폭 확대하였다.
또한, 정부는 2018년부터 실시해오던 ‘조기취업형 계약학과’ 사업을 2024년 더욱 확대 개편했다. 조기취업형 계약학과란, 심사를 거쳐 일부대학을 선발한 후 참여 학생을 모집하여 2학년부터 희망 연계 기업에 취업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학생들은 입학 후 1년 간 기본 교육을 이수하고, 2학년부터 근무와 야간 대학 공부를 병행하며 학점을 인정받는다. 이 기간 동안 등록금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취업 후에는 급여도 받게 된다.
조기취업형 계약학과는 주로 에너지, 모바일, 로봇, 자동차, 건축, 바이오, 스마트팩토리 등 다양한 신규 산업과 관련해 개설 사례가 많다. 이와 같이 정부는 다양한 사업을 통해 대학과 기업 간 연계에 기반한 인재 양성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참고] 마이크로디그리
마이크로디그리란, 필요한 주제만 취사 선택해서 짧은 기간 내 수강할 수 있도록 하고 소학위를 부여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최근 평생 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지식수명주기 (Knowledge Lifecycle)가 짧아짐에 따라 이러한 제도의 활용이 더욱 권장된다. 현 정부 국정 과제에도 마이크로디그리 활용 촉진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이 강조되어 있을 정도다. 따라서 앞으로는 대학을 통해 보다 빠르고 세분화된 스킬 습득과 재교육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 마이크로디그리* 도입 활성화
2. 대학 국제화 변화: 해외 유학생 유치 활성화
인구 위기 속에서 각국의 우수 인재 유치 쟁탈전이 가속화되고
뿐만 아니라 정부는 앞서 언급한 조기취업형 계약학과 사업에도 유학생들을 위한 글로벌 모델을 별도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사업을 통해 입학 후 1년 간 언어 및 문화 교육을 실시하고, 이후 5학기 동안 지역 내 기업에 취업해 한국에 정주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한 유학생 대상 등록금 지원, 기타 아르바이트 기회를 주는 대학이나 사업체는 본 사업 수주 가능성을 확대하겠다고 명시하여, 향후 다양한 출신 국가 유학생들이 점차 증대되는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있는 요즘, 우리 정부도 이에 발맞춰 2023년 ‘Study Korea 300K’라는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교육부를 비롯한 범 부처가 협력하여 2027년까지 30만명의 글로벌 유학생 유치를 목표로 하는 것으로, 학업 종료 후에도 글로벌 인재의 국내 정착 비율을 높일 수 있도록 각종 규제 및 체제 혁신을 선언했다.
► 2024년 시행하는 조기취업형 계약학과_Global 모델 내용 (상세)
[글로벌인재 유치 해외 사례] 공격적인 외국인 노동자 유치를 천명한 일본
우리나라보다 앞서 인구 절벽 시대를 맞은 일본은 해외 인재 유치로 노동 시장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2023년 일본 인구는 전년 대비 80만 명이 감소해 역대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지만, 외국인은 오히려 전 지역에서 증가세를 보였다. 현 수준 증가세가 지속되면, 2067년 일본 총 인구의 10% 이상이 외국인으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정부가 2023년 4월 발표한 ‘해외 인재 유치를 위한 액션플랜’에 따르면, 앞으로 지역별 핵심 산업에 필요한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산-학-관이 더욱 긴밀하게 협력할 계획이다. 특히, TSMC 구마모토현 제1공장 사례를 들며, 규슈 지역 반도체 인재육성 컨소시엄과 같은 케이스를 전국으로 확산하겠다고 선언했다. 구마모토현 국립 대학인 규슈 대학교와 구마모토 대학교는 TSMC와 협력하여 반도체 인재 육성을 위한 인턴십 기회 확대, 반도체 관련 학과 신설 등을 추진하고 있다. 또 규슈의 TSMC 공장 주변으로 대만 우수 인력이 대거 이주함에 따라, 배우자와 그 자녀들에 대한 교육 및 취업 지원, 간단한 체류 자격 제도 도입 등 대대적 정비에 나섰다. 이처럼 대학, 기업, 국가가 협력하여 지역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고 여건을 지원해 나가는 모델은 인구 절벽을 겪는 우리나라에도 큰 시사점을 제공한다.
3. 대학 연구 · 산학 협력의 변화: 지역 - 대학 간 동반 성장 모색
대학의 세 번째 변화 키워드는 ‘지역’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국가 차원에서 대학의 인력 양성 및 연구력 향상에 대해 전국 모든 대학을 비슷한 선상에 두고 고민해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지역과 대학이 연계하여 지역 맞춤형 인재를 양성함으로써, 자생력을 확보하고 지역의 인구 유출 및 지역 소멸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를 위해 2025년부터는 정부가 주도하던 대학 지원 사업 대부분이 지자체 주도 사업으로 바뀌는, ‘RISE’ 체계로의 전환이 본격화될 예정이다. 이 체계를 통해 각 대학은 지역별 필요에 따라 학과 구성 및 인재 양성을 특화하여 고민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 RISE 추진 체계 (Regional Innovation System & Education)
[산학관연 해외 사례] 연구기관-기업-대학 간 선순환을 정착시킨 독일
독일의 경우, 산-학-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도시의 재부흥을 이룩한 동부의 드레스덴 사례가 많은 주목을 받았다. 옛 동독 도시로 발전이 지체되었던 드레스덴에 지멘스, 인피니언, AMD 등 등대 기업을 유치하고, 드레스덴 공과대학과 유수 연구기관들을 결집해 협력을 강화하자 국내외 다양한 기업과 인력들이 대거 유치되어 지역 전체가 부활하게 되었다. 기업이나 연구소, 대학 중 어느 한 기관에 전적으로 의존하기 보다 유기적 협력을 토대로 산업 생태계 전반의 변혁을 이루었다는 점에서 많은 국가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 본 학령인구의 급감을 맞이한 대학 교육 환경의 변화 방향성은 다음과 같이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① 학생(예비 구직자)의 변화
개개인의 진로 탐색이나 개인 성장 욕구가 더욱 증가할 것이다. 입시와 동시에 전공을 선택하지 않고 개인 니즈에 집중하여 신중한 선택이 가능해지며, 여러 교과를 탐색 후 언제든 전공을 변경할 수 있게 된다. 교육과정에서 개인의 차이를 인정받기 때문에 이후에도 개개인의 능력 및 흥미 차이도 존중 받고자 하는 경향이 높게 나타날 것이다. 또한 전공 탐색 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사회 진출 시점이 지연될 수 있고, 탐색 기간에 비해 전공 전문 지식을 습득하는 기간은 짧아져서 과거에 비해 대학 재학기간 내 습득하는 지식의 양 자체는 적어질 수도 있다. 또한 필요 교육만 선택적으로 이수하고자 하는 소위 ‘가성비 교육’에 대한 니즈가 높아져, 정해진 코스보다 원하는 교육을 스스로 설계하여 받고자 하는 비율이 증가할 것이다. Generalist 처럼 다양한 연계 분야 공부를 한 종합형 인재와, 특정 전공을 깊이 공부한 Specialist 간의 양극화가 심화될 가능성도 예상된다.
② 대학의 변화
학생 수요 중심의 학과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이다. 이에 따라 특정 전공들은 국립대 외에는 소수의 차별성을 가진 대학만 보유하게 되며, 소수 학과들은 각 대학별로 보다 뚜렷한 특성화가 일어나거나, 대학 간 통폐합 및 협력이 증대될 것이다. 기업과 공동으로 인재를 양성하는 시도 또한 지속 확장될 것이 예상된다. 또한 해외 유학생의 비중이 현격히 높아지고, 출신 국가도 점차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③ 지역 및 사회의 변화
지역-대학-기업 간의 협력이 권고됨에 따라, 각 지역별 특화 산업의 경우 지산학연 산업 클러스터 형성과 같이 맞춤 인재 양성 기회가 많아질 것이다.
2. 변화한 대학 교육을 통해 성장한 인재들 어떻게 유치하고, 유지할 것인가?
저출산 고령화 사회, 고용 충격 극복을 위한 기업의 대응 필요성
2024년 Triple 인구 절벽, 2025년부터는 초고령사회 진입이라는 위기를 맞아, 심각한 고용 충격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기업들도 대안을 강구하고 있다. 일단, 우수한 청년 인재 유입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채용 브랜딩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기존 인재의 유출을 최대한 늦출 수 있도록 각종 재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지금까지 채용 비중이 적었던 해외 인재, 경력단절 인재, 여성 등 인재 Pool을 다양화, 최대화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AI 와 같은 신기술을 접목해 일자리를 대체함으로써 인력난의 궁극적인 해소를 꾀하기도 한다. 예컨대, IBM은 왓슨X가 작업량의 30~50%를 담당한 덕분에 자연 감소 인력을 당분간 추가 채용하지 않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이제 기업은 인재를 유치하고 유지하는 전 과정에 있어서 대학과의 협력 포인트를 발굴하고 긴밀히 협업하는 방향으로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 인구 감소를 먼저 겪은 ‘대학’에 고용 충격 대응의 해답이 있기 때문이다.
인재 유치 측면에서, 채용을 잘 하려면 우선 구직자들을 잘 이해해야 하며 타겟 구직자 Pool을 먼저 확보해야 유리하다. 대학의 변화에 집중하면, 새로운 세대들의 사고방식과 가치관, 그 배경에 대해 이해할 수 있어 채용의 키워드를 세대에 맞게 재조정하는 작업에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또한 대학에서 인큐베이팅 되는 다양한 인재들 가운데 우리 기업의 요구에 맞는 인재 Pool을 조기 확보할 수도 있다. 나아가 인구 감소를 먼저 겪는 대학이 어떤 방식으로 충원을 모색해 나가는지 자체도 좋은 참고 포인트가 될 수 있다. 대학이 정부 지원을 통해 유학생 및 지역 산업 맞춤형 인재들을 양성하고 정주시켜 학생 및 지역 인구 확보를 꾀하는 것처럼, 기업도 향후 유학생 연계 유치 및 지역 특화 산업 인재 채용을 고민해야 한다.
인재 유지 측면에서, 청년 인재, 기존 재직 인재, 채용 사각 지대의 인력 모두 적절히 교육하고 성장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해 졌으며 이는 대학과의 여러 교육적 협력을 통해 가능하다. 특화된 교육과정을 구성해 맞춤 교육하거나, 대학에 축적된 교육 자원 및 플랫폼 등을 활용해 초개인화 학습 경험을 구현하는 노력이 인력 이탈 방지의 대안이 될 수 있다.
► 기업의 인재 채용 방식과 육성 방식에도 변화 필요
1. 인재 유치
① 채용 키워드의 변화
앞으로의 구직자가 될 Zalpha 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로 각종 미디어나 AI를 일상적으로 활용하는 세대이다. 직장 생활에 있어 ‘개인 성장의 기회’를 매우 중시하는 경향을 보이며, 기존 세대에 비해 개인 적성이나 흥미 부합도, 그리고 조직 내 개인 성장 가능성을 훨씬 중시한다.
이와 같은 Zalpha 세대의 특성은 앞서 살펴본 대학의 학생 변화 양상과도 일맥상통한다. 즉, 무전공 입학 세대가 향후 구직자가 되면, 자신의 직무 만족도나 성취도 등에 따라 언제든 유연하게 직업이나 직무, 직장의 변경을 고민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보다 훨씬 고강도의 커리어 변동성이 보편화 될 것이다. 또한 학습 편차에 따라 개인 맞춤형 학습을 제공받아 온 세대이므로, 사회에서도 회사 적응이나 학습 속도의 차이를 존중 받기를 원하게 될 것이다. 맞춤 사내 교육 및 상담의 니즈가 높아지고, 개별성과 다양성을 존중 받으려는 경향이 증대될 것이다.
개인별 이력이나 활동 사항, 관심사, 성향에 맞춘 전공 추천, 과목 제안을 받아온 세대인 만큼, 개인 맞춤 Career Path에 대한 수요가 있을 수 있으며, 탄력적인 직무 배치를 요구할 수 있다. 또 개인 필요에 따라 기존 교과목을 스스로 조합하여 설계하는 것을 권장 받아온 세대이기 때문에, 목적 지향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환경, 개인 필요에 부합하는 교육 기회 부여, 교육 방법 상의 합리화나 유연화, 다양화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거시적으로, 앞으로 구직자와 시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구 감소에 따른 구직자 우위 시장, 기술 혁신에 따른 일자리 다변화, AI 발달에 따른 초개인화 시대라는 큰 흐름을 전제로 두고 접근해야 할 것이다.
[국내 사례] 대웅제약, CDP 및 피드백 제도로 직원 성장 지원
대웅제약은 직원의 업무 과정에 대해 수시로 육성형 피드백을 제공하고, 다양한 업무 경험 희망자에게는 자유로운 부서 이동을 허용하는 CDP(Career Development Program)를 구현하여 개인의 성장을 회사의 성장 보다도 우선시 한다는 철학을 구직자는 물론 내부 직원들에게도 강하게 심어주고 있다. 이를 통해 구직자에 대한 긍정적 채용 브랜딩은 물론, 직원들의 만족도와 기대감도 상승하는 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② 채용 방식의 다양화
인재 부족과 유치 어려움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은 최근 대학과 연대한 채용연계형 계약학과를 다수 신설하고 있다. 국내에서 계약학과는 2006년 삼성이 처음으로 성균관대에 반도체시스템공학과를 설치한 이후, 신설이 드물다가 2021년 들어 정부가 반도체 인력 양성을 강조함과 동시에 본격적으로 많은 계약학과 신설이 이루어졌다. 더욱이 2023년부터는 계약학과 신설 관련 정부 규제도 크게 완화되었기 때문에, 앞으로 보다 많은 신설이 예상된다.
대학의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는 전국적으로 17건, 이 중 반도체 전공이 10건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삼성전자는 2023년 단독으로 3개 과기원에 각각 반도체공학과 신설 협약을 체결하여, 500명의 인재 양성을 계획하기도 했다. 계약학과들은 입학금 면제, 전액 장학금 지원, 졸업 후 입사 보장 등의 특전을 부여하여, 높은 입학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 주요 대학(학부) 채용조건형(기업체 취업형) 계약학과 운영 현황
특히 우수인재 부족이 예상되는 AI분야 기업들은 더 적극적으로 대학과 협력을 통한 인재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은 2024년 6월 서울대와 AI공동연구센터 설립을 결정하고 다양한 산학 연구 과제 공동 수행을 약속하면서, 과제 참여 석박사급 연구원 일부를 연계 채용할 계획을 언급했다. 한편 LG와 KT는 자사의 주력 산업 인재 확보를 위해 석사 과정에 채용연계형 계약학과를 대거 신설하여 고급 R&D 인력을 조기 확보하고 Lock-in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참고] 반도체 관련 계약학과의 높은 등록포기율
학부에 설치된 반도체 계약학과의 경우, 높은 경쟁률에 비해 부진한 등록율이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다. 주된 원인은 최근 의대 정원 확대로, 중복 합격자들이 대거 의대로 이탈하는 현상 때문이었고, 다음으로는 계약학과의 경우 추후 진로 변경이 자유롭지 않다는 학생들의 인식 탓도 작용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는 기존 공급자 위주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학생 개개인의 성장 path를 다양하게 지원하는 세심한 프로그램 설계가 더없이 중요함을 시사한다.
2. 인재 유지
① 기업-인재 상생형 재교육 체계 정립
가트너 조사 결과, 275개 기업 중 37%가 기업 역량 부족 해소 방안으로 신규 고용이나 아웃소싱이 아닌, 직원 재교육을 선택했다. 실제로 최근 국내 여러 기업이 대학과의 협력을 통해 재직자 재교육 과정을 런칭했다. LG CNS는 중앙대에 보안학과를, LS그룹은 경희대 테크노MBA와 함께 사내 핵심인력 MBA과정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하대와 바이오제약공학과를 각각 신설했다. 대학과 협업의 강점은, 대학이 가진 분야별 전문성을 기반으로, 각 기업의 사업 방향이나 인재 육성 방향, 산업적 특수성 등에 맞게 특화된, 맞춤형 교육과정을 구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재교육형 계약학과 설치 기준도 크게 완화되는 만큼 다양한 기업과 대학 간 연합이 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② 초개인화 학습 경험 구현
대학이 AI 기반 초개인화 학습 경험을 제공하는 것처럼 기업도 직원들에게 맞춤형 교육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어야 우수 인재들의 만족도 증대 및 이탈 예방이 가능하다. SK그룹은 2020년 사내 교육 플랫폼, mySUNI를 런칭해 SK 구성원 누구나 별도의 수강료 없이 웹과 모바일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구성원별 특성에 맞춘 개인화된 교육 콘텐츠 큐레이션을 제공한다. 각 카테고리별로 커리큘럼 맵을 제시하여 학습자가 스스로 학습 경로를 디자인하며 학습할 수 있다. 또 최근에는 취업 준비생 대상 프로그램을 오픈해 내부고객의 성장은 물론, 구직자들을 위한 성장 경험 제공, 채용 브랜딩 효과까지 창출하고 있다. 만약 기업이 자체 비용으로 이 같은 시스템의 구현이 어렵다면, 대학의 교육 자원들을 활용하여 유사한 효과를 창출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 SK그룹, mySUNI 학습플랫폼
3. 변화하는 시대, 기업의 인재 채용과 육성을 위한 제언
Key Takeaways
① 직원 개인의 성장을 최우선시하고, 성장 여정 자체를 존중하며 이를 함께 고민하는 조직 문화를 형성할 것 (Personal Growth Journey Support)
- Career에 대한 개인의 지속적인 고민을 공감해 주고 탐색 여정 자체를 Support
- (Career 고민 있을 때 조직 밖이 아닌, 안에서 함께 답을 찾을 수 있는 환경)
- 맞춤형 Career에 대한 분석/추천/상담은 Data에 기반해 객관적, 합리적인 방식으로 접근하고 지속적으로 상호 소통
- 전체 최적화적 관점에서 벗어나, 인별 다양한 경험을 장려하는 열린 제도와 문화 확립
② 개인별 역량 차이나 서로 다른 학습 수요를 인정하고, 맞춤형 교육 여건을 마련할 것 (Respect for Individual Differences)
- 부족한 전공이나 업무 지식이 있을 경우, 기업 내외부 다양한 교육 자원에 언제 어디서든 접근 가능하도록 하며, 개인별 성향이나 필요에 맞는 교육 방식으로 유연하게 학습하도록 배려
- 업무 연관 지식부터 업무 외 융복합적 확장 지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성장 Needs에 부응
- 형식지 뿐 아닌, 기업 내 암묵지까지 활발히 공유하여 Detail한 인별 학습 수요까지 만족시킬 수 있도록 프로세스나 플랫폼 도입
③ 확대된 대학과의 상생협력 가능성을 지속 탐색하고, 꾸준히 파트너십을 강화 또는 확장해 나갈 것 (Alliances and Collaboration for Talent)
- 대학에 부여되는 다양한 기회 요인(정부 정책 등)이나 대학이 보유한 풍부한 교육 자원을 항시 주시하고, 기업 고유의 인재 선발육성 철학에 맞춰 협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속 탐색발굴
- 대학과의 스킨십 제고로 Next Generation과의 접점 및 접촉 횟수를 증대시켜 그들의 인식 및 문화, 수요 등에 대해 기민하게 파악하고 이를 채용 방식에 반영
- 다양한 대학과 학과에 여러 형태의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각각의 실질적 효과 및 Lesson Learned, Trial & Error 등을 Tracking하여 유의미한 협력이 증대될 수 있도록 운영
3. 대학과 기업의 상생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가?
인재 부족 시대, 대학과 기업의 협력은 앞으로 더욱 강조될 것이다. 특히, 인력 발굴 및 육성 프로그램들은 교육 방식이나 기간, 학위 제도 설계에 따라 앞으로 더 다양하게 진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학과 기업 모두 성공적으로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양성하고자 하는 인재 유형, 목적, 철학을 조직 차원에서 깊이 고민하고 결정할 필요가 있다.
대학과 기업이 협력하는 과정에서, 현실적으로는 서로 다른 이해관계, 제도, 문화로 인해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따를 수도 있다. 따라서 협력 시에는 기업이 명확한 목적과 방향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실질적 아웃풋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대학 또한 기업과 일회성이 아닌 지속 가능한 관계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어느 한 쪽의 이익에 치우치지 않고 윈윈할 수 있는 협력 방안을 모색할 때, 인재 전쟁 시대 생존이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