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자동차 산업은 현재 매우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경제적 도전과 지정학적 불확실성 외에도, OEM(완성차 제조업체) 및 부품 공급업체들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비용 급등으로 인해 여전히 높은 금리와 원자재 및 노동 비용에 시달리고 있다. 이로 인해 2024년 배터리 전기차(EV) 생산량은 예상보다 23% 낮아졌다.
이 시점에서는 기업들이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정의 차랑(SDV), 자율 주행, e-모빌리티 솔루션과 같은 신기술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OEM들은 이 균형을 맞추고 수익을 안정시키기 위해 광범위한 비용 절감 프로그램을 추진하며 공급업체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 배터리 제조업체들이 이 압박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 EV 배터리 셀과 팩을 경쟁력 있는 비용으로 생산하려면 대규모 기가팩토리를 가동하여 대량 생산이 가능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배터리 제조업체는 약 10GWh의 생산능력에서 손익분기를 달성할 수 있지만, 대부분은 15GWh 이상을 목표로 한다. 이는 생산량과 비용 효율성을 높이지만, 초기 자본 지출(capex)이 증가하는 부담을 수반한다.
배터리 셀 생산의 경우, GWh당 자본 지출은 약 7천만 달러에서 1억 1천만 달러 정도이며, 셀과 팩을 함께 생산할 경우 GWh당 약 9천5백만 달러에서 1억5천만 달러까지 상승한다. 따라서 생산 라인의 가동률을 최대한 높이는 것이 필수다. 또한, 반고체(세미 솔리드 스테이트) 배터리와 같은 고급 기술부터, 나트륨 이온 배터리 같은 저가형 기술까지 새로운 배터리 기술과 화학 구조가 등장하면서, 어떤 화학 물질이나 형태에 투자할지 제조사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고체 상태의 배터리 셀을 포장하는 데 필요한 압력은 표준 니켈·망간·코발트(NMC) 배터리에 비해 약 2~3배 더 높다.
현재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일부 EV 배터리 제조사는 생산 지연을 발표하거나 신규 투자 계획을 취소하고, 사업장 축소와 인력 감축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면 급속한 생산 능력 감축은 문제가 될 수 있다. 배터리 제조업체들은 새로운 고객이나 생산량 증가에 의존하지 않고 기존 생산 시설에서 수익성을 높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는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거나 생산량을 늘리지 않고도 가능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즉, 순이익을 개선해야 하며, 결국 수익의 근본 구조를 바로잡아 ‘실질적 이익’을 강화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배터리 수익 구조 개선
모든 EV 배터리 제조사의 첫번째 과제는 무엇이 실제로 비용 상승을 유발하고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이는 주로 직접 재료비와 자본 지출에 의해 크게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
총 생산 비용 중 직접 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2/3(64%)에 달하는데, 이는 리튬, 니켈, 코발트와 같은 양극 활성 물질의 가격과 수급 상황, 그리고 흑연, 실리콘 기반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 배터리 케이스에 사용되는 금속 등의 핵심 부품 비용에 의해 좌우된다.
▶ EV 배터리 제조사의 두 가지 주요 비용 동인은 직접 자재비와 자본 지출이다.
생산 설비 투자도 상당하며, 20GWh 규모의 공장 설립 시 투자 금액은 20억~30억 달러에 이른다. 대부분의 자본 지출은 생산 설비로 향하며, 특히 사용되는 셀 기술과 팩 디자인에 따라 달라진다.
일반적인 배터리 제조사의 경우, 전체 자본 지출의 75~80%는 생산 장비에 집중된다. 이 장비 투자를 좀 더 세부적으로 보면, 셀 포메이션과 에이징 공정이 15~20%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전극 공정(롤 투 롤 방식의 코팅, 캘린더링, 노칭 포함)이 10~15%, 그리고 코팅 기술에 따라 건조 공정도 10~15%에 달한다. 이와 비교해, 소재 준비나 셀 패키징과 같은 다른 공정에는 상대적으로 투자 비중이 낮다.
▶ EV 배터리 제조사 자본 지출의 75~80%는 장비와 관련된 것이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배터리 제조업체가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1. 소재 비용 최적화
배터리 프로젝트 생애 주기에 따라 비용 절감에 적절한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에 비용 절감을 극대화하려면 맞춤형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우리는 각 단계마다 기술 기반 비용 절감 도구 중 가장 적절한 옵션을 선택할 수 있도록 기업을 지원한다.
▶ Kearney의 프레임워크는 제조사가 비용 절감에 가장 적합한 방법을 식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전체를 포괄하지는 않음)
기획 및 컨셉 단계는 의미 있는 변화를 최대한 자유롭게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이다. 배터리가 시리즈 개발에 들어가기 전에 일반 사양 조정이나 작동 조건 개선과 같은 기술적인 ‘매크로 레버’를 적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소형 차량용 배터리라고 해서 반드시 고에너지 밀도나 고출력 직류 급속 충전 기능이 필요하다는 전제를 재검토하면, 기존의 NMC(니켈 망간 코발트)에서 하이브리드 배터리 구성으로 전환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 수 있다.
NMC 셀과 더 저렴한 나트륨이온 셀(가격이 NMC의 절반 수준), 리튬 망간 철 인산염(LMFP)/NMC 셀을 혼합하여 상당한 비용 절감 효과를 낼 수 있다.
무엇보다 이런 조치는 설계 변경이나 생산 착수에 큰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초기 단계에서 다루기만 하면 충분히 구현 가능하다. 예를 들어, 과도한 스펙 문제는 셀, 모듈, 팩의 요구 사항을 조정하거나, 고객 가치나 안전성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기술 부품의 수준을 낮추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이러한 조치는 경쟁사 벤치마킹, 신흥 기업 분석, 그리고 선도 공급업체와의 공동 설계 활동과 함께 이루어질 때 가장 효과적이다. 이 과정을 통해 배터리 제조사는 두 자릿수 퍼센트의 비용 절감을 달성할 수 있다.
개발 단계에 접어들면, 일반 사양이나 기본 기술 컨셉을 변경하기는 훨씬 더 어려워진다. 대신 이 시점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부품 설계 변경에 집중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전극 기판 호일을 얇게 만들거나, design-to-X(DtX)나 VAVE(value analysis and value engineering) 방법을 통해 상세한 사양을 재설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러한 사양은 대부분 정의된 작동 조건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 단계에서 조건 자체를 재검토하고 벤치마킹하는 것도 추가적인 비용 절감을 가능하게 한다.
앞서 언급한 하이브리드 배터리 개념으로 전환하는 경우, 나트륨이온 셀의 전류 수집판을 기존 구리 대신 더 가볍고 저렴한 알루미늄으로 바꿀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배터리 개발과 동시에 생산 라인 계획과 설치가 진행되기 때문에, 이 단계에서는 조정 여지가 줄어들고 절감 가능성도 한 자릿수 퍼센트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원통형 셀을 유지하되 규격을 21700에서 4680으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조립 시스템에 큰 조정이 필요하게 된다.
또 다른 가능한 조정은 비핵심 부품의 허용 오차를 늘리는 것이다. 이 방식은 제품 단가를 낮추고 생산 폐기물도 줄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신뢰할 수 있는 공급업체의 의견이 큰 도움이 된다.
제품 개발 후반 단계나 생산 개시 이후에도, 상업적 접근 방식을 통해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원재료 공급망이 소수의 플레이어에 의해 좌우되는 현실을 고려할 때, 고급 협상 전략과 시장 역학에 대한 뛰어난 이해는 매우 중요한 성공 요인이다. 이 시점에서는 AI 및 분석 역량을 활용해 협력사 선정 프로세스를 혁신적으로 개선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기존 공급업체로부터 최대 10%까지 비용을 절감하는 것도 가능하다.
2. 자본 지출 최적화
배터리 제조사는 일반적으로 첨단 제조 시설을 구축·설비·확장하고, 원자재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막대한 자본 지출이 필요하다. 따라서 효율적인 자본 지출 관리는 시장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요소이다. 우리의 자본 지출 최적화 접근 방식은 단기, 중기, 장기 전략을 통합한 종합적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하며, 자본 지출을 지속적으로 줄이기 위해 설계되었다.
단기 전략
즉시 실행 가능한 조치가 포함된다. 예를 들어, 우선순위가 높은 프로젝트에 집중하거나 기계를 구매하는 대신 임대하고 유지보수, 업그레이드, 운영 방식 조정을 통해 자산의 수명을 연장하는 방식이 있다. 이러한 방법들은 초기 투자 없이도 자본 지출을 빠르게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중기 전략
6개월에서 18개월 정도의 시점에서 적용되며, 자재 및 장비를 직접 생산할지 외부에서 구매할지 같은 의사결정이나 고객 계약 조건 등을 포함한다. 이는 제조사의 투자를 전략적 목표 및 시장 수요와 일치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장기 전략
보다 근본적인 구조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포트폴리오 내 제품의 역할 설정, 장비 일괄 구매, 보조금 관리 등과 같은 조치를 통해 제조사가 변화하는 시장 상황과 기술 발전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
3. 혁신적인 생산 프로세스 적용
EV 배터리 시장은 혁신이 매우 활발한 분야로, 새로운 생산 공정과 기법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비용 절감 측면에서 가장 유망한 공정은 저용매 코팅과 건식 코팅이다. 이 두 가지 방식은 모두 용매 사용을 줄이거나 없애는 것을 통해 큰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용매 사용이 줄어들면 건조 구간의 길이도 짧아지기 때문에 생산 설비 내 공간을 확보할 수 있고 에너지 소비도 줄일 수 있다. 특히 건식 코팅은 슬러리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생산 공정의 장소나 타이밍을 훨씬 더 유연하게 나눌 수 있다. 이는 단순히 비용을 낮추는 것을 넘어 유해 물질 사용을 줄이고 환경적으로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그 외에도 개선 여지가 큰 공정으로는 셀 포메이션과 셀 에이징이 있다. 이 두 공정은 대규모로 셀을 활성화하고, 테스트하고, 안정화하는 데 많은 자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본 지출이 매우 큰 공정이다. 하지만 셀 화학을 최적화하고 정밀한 공정 제어 기술을 적용하면 사이클 시간을 단축할 수 있으며 그에 따라 필요한 장비와 자본 투입도 줄일 수 있다.
생산 공정에 대한 이해가 우선
배터리 생산은 매우 복잡한 비즈니스로, 앞서 소개한 다양한 비용 절감 전략을 효과적으로 적용하려면 제조 공정 전반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특히 공정 단계마다 사용하는 셀의 종류와 화학적 특성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전극 제조에 사용되는 소재는 배터리의 성능, 안전성, 수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또한, 니켈 함량이 높은 양극재, 전고체 배터리, 나트륨 이온 배터리는 습기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드라이룸이나 불활성 가스 환경에서만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다. 실제로 황화물 기반 전고체 배터리의 경우, 습기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황화수소(H₂S)가 생성되는데 이는 독성이 강하고 인화성이며 부식성도 있어서 매우 위험하다.
캘린더링 공정에서는 전극 내부의 기공률을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기공률이 낮아지면 전극 내의 빈 공간이 줄어들어 더 높은 에너지 밀도를 구현할 수 있다. 이는 특히 전고체 배터리에서 중요하며, 이 경우에는 기공률을 거의 0에 가깝게 유지하는 것이 목표이다.
마지막으로, 전해질 주입과 포메이션 공정은 전극 및 전해질 재료가 발전하면서 그 특성에 맞춰 서로 다른 반응 특성에 맞춤화된 공정이 필요해졌다. 따라서 다양한 배터리 설계의 전기화학적 특성을 최적화하기 위한 포메이션 프로토콜에 대한 수요도 점점 커지고 있다.
다시 충전할 시간
수요 변동성, 비용 부담, 첨단 기술 등의 요인이 자동차 산업 전반에 지속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상황에서, EV 배터리 제조사는 비용 절감과 자본 지출의 효율적인 운용을 위해 모든 기회를 철저히 활용해야 한다. 미래 선도 기업은 지금, 원자재 비용을 줄이고, 기존 자본 지출을 최대한 활용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