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은 더 이상 소비자 참여의 주변부에 머물지 않는다. 전 세계적으로 월간 활성 이용자(MAU) 7억 명을 끌어들이는 ChatGPT와 같은 도구는 사람들이 제품을 발견하고, 평가하며, 구매하는 방식을 재편하고 있다. 챗봇과 디지털 어시스턴트를 활용한 실험으로 시작된 흐름은 빠르게 소비자와 브랜드 사이의 기본 인터페이스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인지도에서 충성도에 이르는 여정의 모든 단계를 다시 쓰고 있다.
► AI가 소비자 여정에 가져온 주요 변화

1. 인지도(Awareness): 진정성에서 AI 아바타로
소셜미디어는 인간 인플루언서가 AI 생성 페르소나와 경쟁하는 새로운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이러한 아바타는 수일 내 출시가 가능하며, 영화적 수준의 퀄리티를 구현하면서도 비용은 실제 크리에이터의 일부에 불과하다. 예컨대 Hugo Boss는 약 5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분홍색 머리의 가상 인플루언서 ‘Imma’와 협업한 바 있다. H&M은 광고에 활용하기 위해 모델의 ‘디지털 트윈’ 즉 모델을 AI로 복제한 클론을 이미 공개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여전히 회의적이다. Emarketer에 따르면 성인의 65%는 AI 생성 광고에 대해 불편함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또한 인간 인플루언서는 합성 인플루언서 대비 여전히 더 뛰어난 성과를 보인다. 인간 인플루언서는 스폰서 게시물당 평균 78,777달러를 벌어들이는 반면 AI 인플루언서는 1,694달러에 그치며, 참여도(Engagement) 역시 2.7배 더 높게 창출한다.
기회는 ‘균형’에 있다. 효율과 확장성 측면에서는 AI 아바타를 활용하되, 신뢰도와 정서적 연결을 유지하기 위해 진정성 있는 인간 중심 스토리텔링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
2. 고려(Consideration): 검색에서 ‘답변 엔진’으로
가장 근본적인 변화는 제품 탐색 단계에서 일어나고 있다. AI 기반 시스템이 전통적인 ‘파란 링크 10개(검색 결과 목록)'를 대체해 대화형 답변과 큐레이션된 추천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 유럽 내 구글 검색의 약 60%는 링크 클릭 없이 종료된다.
- 소비자 5명 중 4명은 이미 검색 쿼리의 40% 이상에서 ‘제로 클릭 검색(Zero-click search)'을 이미 활용하고 있다.
- 지난 5년간 구글을 통한 퍼블리셔 유입 트래픽 비중은 65%에서 30%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제 가시성(Visibility)을 둘러싼 전장은 달라졌다. SEO 순위를 두고 경쟁하는 대신, 브랜드는 알고리즘의 추천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Profound, Refine, Algolia와 같은 스타트업은 기업이 챗봇 답변 내에서의 존재감을 모니터링하고 개선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Perplexity는 최근 앱 전반의 작업을 처리할 수 있는 에이전트형 브라우저 ‘Comet’을 출시했다. 동시에 마이크로소프트의 ‘Action’ 기능과, AI 상품 트래커를 포함한 구글의 ‘AI mode’는 소비자가 구매를 조사하는 방식 자체를 재정의하고 있다.
중요한 점은, Semrush가 수행한 Google AI Mode와 LLM 비교 연구 등에서 확인되듯, 사용자가 더 복잡하고 설명이 필요한 질의를 AI 도구로 이동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제 수행에 맥락, 해석, 다층 정보가 요구될수록 AI 도구를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어떻게(how)’만이 아니라 ‘무엇(what)’도 달라지고 있다. 소비자는 특정 제품을 찾기보다 영감, 계획, 시나리오 기반의 폭넓은 질의에 LLM을 더 자주 사용하고 있다. 예컨대 특정 상품명 대신 “프랑스 남부에서 열리는 결혼식에 입을 옷(Outfits for a wedding in the south of France)”과 같은 방식이다. 요컨대 구글 검색이 키워드 중심이었다면, AI 검색은 점점 더 상황 기반·대화형으로 진화하고 있다.
3. 구매(Purchase): 에이전트가 거래를 성사시킨다.
AI는 사람들이 무엇을 사는지에 영향을 주는 수준을 넘어, 거래 자체를 직접 실행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예를 들어 OpenAI의 Agent 시스템은 로스트 디너에 필요한 모든 재료를 자동으로 슈퍼마켓 장바구니에 담을 수 있다.
OpenAI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Agentic Commerce’라는 오픈소스 기술 표준을 기반으로 ‘Instant Checkout(즉시 결제)’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판매자는 ChatGPT에 원활히 통합될 수 있다. 해당 주문을 이행하는 판매자는 OpenAI에 수수료를 지불하게 되며, 샘 올트먼은 판매당 약 2% 수준의 제휴 수수료(Affiliate Fee)를 언급한 바 있다.
이는 지금까지 주로 구독 수익에 의존해 온, 기업가치 3,000억 달러 규모 기업의 전략적 전환이다. 또한 Shopify가 이미 TikTok 쇼핑 결제를 지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이커머스 및 광고 플랫폼에 대한 경쟁 위협이 되기도 한다.
판매는 점점 더 자사 채널이나 마켓플레이스를 우회해, AI 생태계 내부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브랜드는 매장 내 진열 공간이나 검색 키워드만이 아니라, AI 플랫폼 내부에서의 가시성과 거래 조건까지 협상할 준비가 필요하다.
► 쇼핑 에이전트가 소비자의 온라인 구매 방식을 혁신하는 과정

4. 충성도(Loyalty): 동반자 경험과 대규모 설득
구매가 완료된 이후에도 AI는 소비자 여정을 떠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영향력을 더 깊게 확장한다. 예를 들어 Character.ai는 이미 월간 활성 이용자 2,000만 명을 끌어들이고 있으며, 평균 이용 시간은 하루 80분에 달한다. 해당 서비스의 구독은 전년 대비 250% 증가했으며, 요금은 월 9.99달러 또는 연 120달러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단순한 오락거리에 그치지 않는다. 소비자가 동반자 관계와 조언을 위해 AI에 의존하도록 학습시키고 있다. 설문에 따르면 청소년의 39%는 사회적 기술을 연습하기 위해 AI 동반자를 사용한 경험이 있으며, 33%는 실제 사람 대신 AI와 중요한 문제를 논의했다고 답했다.
동시에 대화형 AI의 강력한 설득력에 대한 연구 결과도 주목할 만하다.
- 오픈AI, 메타(Meta), xAI, 알리바바(Alibaba)의 챗봇은 10분 이내에 사용자의 정치적 견해를 바꿀 수 있다.
- GPT4.5는 정적 메시지보다 설득력이 52% 더 높았으며, 이 효과는 수주간 지속되었다.
AI의 역할은 동반자 경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서비스 맥락에서도 AI의 영향력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Cisco Research에 따르면 2028년까지 기술(테크) 산업에서 고객 서비스 및 지원 상호작용의 약 68%가 에이전트형 AI(Agentic AI)에 의해 처리될 전망이다. 이는 문제 해결부터 지속 지원에 이르는 구매 이후 상호작용 역시 AI 생태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책임 있게 적용한다면, 이러한 영향력과 지원 역량은 브랜드가 더 깊은 충성도와 재구매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윤리적·규제적 리스크도 수반한다. 소비자는 자신의 시간, 신뢰, 개인 데이터를 시스템에 넘기고 있으며, 그 시스템의 인센티브가 항상 소비자의 최선의 이익과 일치한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5. 지금, 리더가 해야 할 일
AI-퍼스트 소비자 여정은 이론이 아니다. 이미 현실이다.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브랜드 리더는 다음을 실행해야 한다.
1. AI 가시성 최적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
의미 기반 검색(Semantic Search)과 에이전트형 발견(Agentic Discovery)에 맞춰 제품 데이터를 최적화해야 한다. Profound, Refine, Algolia와 같은 모니터링 도구에 투자해 AI 생태계 내부에서의 ‘점유율(Share Of Voice)’을 추적해야 한다.
2. AI 네이티브 커머스를 준비할 것
OpenAI의 Agent부터 Shopify 통합 체크아웃에 이르기까지, 챗봇 생태계 내 직접 판매를 파일럿으로 추진해야 한다. 수수료 구조와 플랫폼 규칙이 마진에 미칠 영향을 시나리오로 설계해야 한다.
3. 효율성과 진정성의 균형을 설계할 것
콘텐츠 확장을 위해 AI 인플루언서를 활용하되, 신뢰와 정서적 공감을 유지하기 위해 사람이 주도하는 캠페인을 병행해야 한다.
4. 설득 역량을 책임 있게 활용할 것
AI 동반자 경험과 로열티 루프를 탐색하되, 영향력 행사 방식에 대한 윤리적 가드레일을 설정해야 한다. 소비자의 불편함은 현실이다. 성인의 65%가 AI 생성 광고에 불편함을 느낀다고 답했으며, 이를 잘못 다루면 브랜드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
5. 데이터 기반을 강화할 것
LLM의 성능은 가용 데이터의 품질에 크게 좌우된다. 기업은 AI 추천 결과에서 자사 브랜드가 정확하고 유리하게 보여질 수 있도록 강력한 퍼스트 파티 데이터(1st-party data) 뿐 아니라, 신중히 선별된 외부 데이터 소스도 확보해야 한다.
6.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할 것
이 생태계에서 성공하려면 리테일러와 플랫폼, 대행사와 결제 서비스 제공자에 이르기까지 가치사슬 전반에 걸친 협력, 그리고 동시에 선도적으로 LLM을 개발하는 빅테크 기업과의 직접적인 협업도 필수적이다. 이러한 파트너십은 향후 브랜드의 가시성, 접근성, 장기적인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