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arney Insight

에너지 수급 유연성 및 저장을 위한 유럽의 대응 전략

2026.05.14


유럽은 재생에너지 전환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루고 있지만, 주요 시장 모두가 다가오는 유연성(flexibility) 위기에 직면해 있다.이 과제를 해결하는 핵심은 투자자, 개발사업자, 계통 운영자(grid operators) 간의 더 나은 조정과 협력에 있다.

 

유럽은 현재 에너지 전환의 한 가운데에 있다. 전체 발전량 중 태양광 및 풍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약 30%에서 2030년 52%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물론 국가별 속도 차이는 있다. 프랑스는 원자력 중심 발전의 비중을 2030년 67%까지 유지할 것으로 보이나, 독일과 네덜란드는 태양광 보조금에 힘입어 분산형 전원 비중을 40~50%까지 끌어올리고 있다(그림 1).

 

▶ (그림 1) 2030년 간헐적 발전 비중이 52%에 육박함에 따라 유럽의 전력 생산 믹스의 변동성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 모든 주요 시장이 같은 문제를 마주하고 있다. 간헐적인 재생에너지가 프랑스의 원자력이나 독일의 잔존 석탄 발전처럼 유연하게 조절하기 어려운 기존의 발전원과 충돌하면서 심각한 수급 유연성 부족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수급 불균형은 변동성을 극대화한다. 여름철 재생 에너지 발전량이 급증하면 출력 제한(curtailment)이 발생하는데, 실제로 2024년 독일은 재생에너지 전력의 약 3~4%를 차단했다. 다른 유럽 시장 역시 급증하는 풍력과 태양광을 계통에 수용하지 못해 출력 제한 압박을 받고 있다. 반면 겨울에는 비싼 수입 전력에 의존해야 하며, 재생에너지의 대부분이 북·동부에서 생산되는 반면 주요 소비처는 남·서부에 있는 지리적 불균형 탓에 전력망 개선에만 1,000억 유로 이상의 비용이 필요한 실정이다.


에너지 분산화는 계통의 부담을 더욱 가중시킨다. 주요 시장의 분산형 전원 비중이 2030년 40~50%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저압 및 특고압 전력망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전력망 투자비는 2040년까지 배전망 7,300억 유로, 송전망 4,770억 유로 규모까지 급증할 전망이며, 수급 유연성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전기 요금이 두 배로 뛸 가능성도 있다. 독일의 사례는 이 혼란을 여실히 보여준다. 대규모 태양광 설비로 인해 일일 가격 변동성이 심해졌고 마이너스 가격 현상이 일상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영국은 주파수 안정성 부족으로 인한 풍력 에너지 낭비 문제, 네덜란드는 지역적 과부하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2025년 유틸리티급 배터리 설치량은 9GWh를 기록하며 고무적인 성과를 냈으나, 2030년까지 필요한 200~400GWh 규모에 비하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

 


1. 변동성은 곧 기회이다: 유연성 기술이 창출하는 가치

 

이러한 불균형은 역설적으로 유연성 제공자에게 풍부한 수익 기회를 제공하는 가격 곡선의 변동성을 만들어낸다. 배터리 에너지 저장 시스템(BESS)은 이 영역에서 특히 강점을 가진다. 전력 가격이 낮거나 마이너스일 때 충전하고, 피크 시점에 방전함으로써 일중 가격 차익거래(arbitrage)를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파수 예비력 시장(frequency reserve markets), 용량 보상 메커니즘(capacity remuneration mechanisms), 피크 절감 서비스(peak-shaving services)에서 발생하는 추가 수익을 더하면 복합적인 수익 구조가 형성된다. 예를 들어 영국의 Zenobe 프로젝트는 이를 잘 보여준다. 2024년 50MW/100MWh 규모의 사이트들은 북아일랜드에서 발생한 30% 수준의 출력제한 환경 속에서 FCR(주파수 유지 예비력)과 FRR(주파수 복원 예비력)을 결합해 운용되었으며, kWh당 200~300유로의 CAPEX에도 불구하고 12%를 넘는 내부수익률(IRR)을 달성했다. 이탈리아의 상업·산업 부문은 슈퍼보너스(Superbonus) 제도 축소 이후 동적 요금제를 바탕으로 17% 성장했다. 또한 하이브리드 모델은 BESS를 재생에너지와 함께 공동 배치함으로써 발전량을 안정화하고 PPA(전력구매계약)의 물리적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헷지하고 있다.


반면, 이러한 다층적 수익 구조 없이 순수 머천트 모델만으로는 지속 가능성이 약하다. BESS가 확산될수록 주파수 시장은 잠식(cannibalization)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그림 2 참조). 유럽에서 가장 뜨거운 시장은 영국과 독일로, 규제 환경과 재생에너지 비중 측면에서 앞서가고 있다. 그 뒤를 폴란드, 이탈리아, 베네룩스가 잇는다. 현재 14개국 정부가 국가 계획을 통해 저장 설비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도매시장 가격 신호는 지역별 병목(local congestion)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앞으로 모든 시장에서 변동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다변화된 수익원 확보가 필수적이다.

 

▶ (그림 2) 현재 비용 수준에서 에너지 저장 프로젝트의 수익성을 확보하려면 다층적 수익 구조가 필요하다.

 


2. 저장 기술의 지형: 다양한 기술 속에서도 BESS가 주도

 

유연성 옵션 가운데 BESS(배터리 에너지 저장 장치)는 85~98%에 달하는 높은 효율과 기가와트(GW)급까지 확장 가능한 유연성을 바탕으로 단기 및 중기 수요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특히 수익 다각화가 가능하다는 점이 강점이다. 유틸리티급 BESS의 시장 점유율은 2024년 기준 33%(약 8.8GWh)를 기록했으며, 2025년에는 신규 설치량이 29.7GWh(+36%)에 달해 가정용 설치량을 추월할 전망이다. 양수 발전은 장기 저장(4~12시간, 효율 70~85%)에 적합하지만 지리적 제약이 크고, 수소는 계절 단위 저장(왕복 효율 25~45%, 주 단위 규모)을 목표로 파일럿 단계에 있으며, 플라이휠은 초단기 관성 제어에 활용된다. 향후 전망도 낙관적이다. 유럽의 연간 설치량은 2029년까지 118GWh에 달할 것으로 보이며, 유틸리티급 BESS가 전체 설치 용량의 69%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2025년 네덜란드에서 체결된 테넷(TenneT)의 1GWh 규모 계약은 스마트한 활용 사례를 보여준다. 대체 송전권(ATR) 계약을 통해 피크 시간에는 출력 제한을 받아들이는 대신 전력망 이용 요금을 50% 할인 받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수익 안정성과 계통 부담 완화를 동시에 달성했다. 그러나 여전히 한계는 존재한다. 배전망 운영자(DSO)를 위한 보조 서비스 시장이 없어, 계통 혼잡을 완화해도 그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 결과 인센티브가 왜곡되어, 정책이 진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장 장치가 상당히 저평가되거나 활용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3. 확산의 장애물: 시장·규제·인프라 차원의 불일치

 

현재의 수익 구조는 전력 인프라를 최적화하는 운영 방식을 충분히 유도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유럽 시장에서는 유연성 자원을 인프라 친화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정책적 여지도 제한적이다.

 

  시장 비효율성  
현행 시장 설계는 지역별 유연성보다 도매 차익거래를 보상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 결과, 계통 혼잡을 완화하기보다 오히려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규제 공백  
보조금 제도와 상계(netting) 구조는 종종 유연성과 자가소비를 저해한다. 또한 DSO 차원의 보조서비스를 위한 구조화된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다.

 

  관료주의와 경직된 인허가  
대부분의 유럽 시장에서는 계통 인프라에 긍정적인 프로젝트라 하더라도 빠르게 허가를 받을 수 있는 여지가 제한적이다. 
예를 들어 비차별 원칙(non-discrimination rules) 때문에 시스템에 유리한 프로젝트에 우선적인 계통 접근권을 부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러한 결과, 자산 개발 과정의 근본적 비효율이 개발사업자 측과 계통 인프라 제공자 측 모두에서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그림 3 참조). 계통 관점에서는 유익한 프로젝트조차 수많은 실행 가능성이 낮은 프로젝트들에 묻혀 파이프라인에 갇히고, 비즈니스 케이스 역시 취약한 경우가 많다.

 

▶ (그림 3) 에너지 시장과 솔루션 환경은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4. 이해관계 일치: 윈-윈(win-win)을 향한 길

 

긴급한 유연성 수요를 충족하고 저장 기술의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투자자·개발사업자와 계통 운영자 사이의 이해 불일치를 해소해야 한다. 이를 위해 상호 이익이 되는 방식으로 이해관계를 정렬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이 있다.


  투명성 확보  
배전망 운영자(DSO)가 병목 구간 지도와 혼잡 예측 자료를 공개하면, 투자자는 가치가 높은 입지를 선정할 수 있다. 이는 개발의 비효율을 줄이고 시스템의 필요에 맞게 자본을 배분하도록 돕는다.

 

  CAPEX 인센티브  
입지에 따른 보조금이나 망 이용료 감면은 초기 비용 부담을 낮추는 동시에, 시스템에서 저장 장치가 가장 필요한 곳이 어디인지 알려주는 신호 역할을 한다.

 

  공동 프로젝트  
저장 용량의 전체 또는 부분 사용에 대해 명확한 보상 체계를 갖춘 양자 간 유연성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개별 수요에 맞춘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

 

  신규 수익원  
지역별 유연성 시장이나 배전 단계의 보조 서비스 시장은 투자자에게는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하며, 운영자에게는 계통을 관리할 수 있는 중요 수단을 제공한다.

 

이 중 일부는 근본적인 규제 변화를 필요로 한다. 예를 들어 신규 수익원 마련, 비차별적 CAPEX 인센티브, 공동 프로젝트·공동 투자 프레임워크 구축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특히 향후 변동성이 낮아지고 저장 용량이 확대된 시장 환경에서, 장기적으로 실현 가능한 비즈니스 케이스를 형성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다만 이러한 변화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며, 관련 이해관계자 간 긴밀한 협력이 요구된다.

반면 보다 실질적이고 즉각적인 레버도 이미 존재한다. 예를 들어 더 효율적이고 투명한 계통 접속 프로세스는 현재 규제 환경 내에서도 개선이 가능하다. 계통 연결 절차와 프로젝트 개발 프로세스에서의 점진적 변화만으로도 빠른 효과를 내고 혼잡한 프로젝트 파이프라인을 완화할 수 있다.
따라서 시장 참여자들이 이러한 가용 레버를 적극 활용해 개발 파이프라인을 가속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올바른 역량과 입지를 확보한 기업은 이를 통해 분명한 경쟁우위를 얻을 수 있다.

 


5. 유럽의 유연성 과제를 기회로 활용하기

 

에너지 수급 유연성에 대한 유럽의 수요는 2030년까지 두 배, 2050년까지 세 배로 증가할 전망이다. 14개국이 자금 지원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저장 설비의 활용도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BESS는 현재 충분한 수익 잠재력을 갖추고 있지만, 배전 운영 시장과의 연계 없이는 출력 제한과 가격 변동성 심화, 계통 안정성 저하라는 악순환을 끊기 어렵다.
무분별한 BESS 보급은 오히려 석탄 화력 발전보다 계통 혼잡을 악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데이터 투명성, 인센티브, 협력적 시장 구조를 통해 이해관계를 일치시킨다면 수십억 유로의 가치 창출은 물론 유럽 에너지 전환의 회복탄력성을 강화할 수 있다. 이제 투자자와 운영자가 함께 솔루션을 설계해야 할 때다. 변화에 뒤처진다면 더 민첩한 경쟁자들에게 시장을 내어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