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ope 3 배출과 이사회에 기후 전문가를 두어야 하는 규제에서 기업들이 당장은 벗어날 수 있었지만, 이는 일시적인 조치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기업들이 준비해야 할 사항은 무엇일까?
지난 3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기후 관련 공시 규정 최종안을 발표한 이후,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지속가능성 담당 임원들은 새 규정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Kearney는 상장 기업들이 가장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은 현재의 환경 전략을 평가하고, 새로운 규정을 충족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준비가 필요한지 파악하는 것이라고 제언한다. SEC가 공시 규정 초안을 발표한 지 2년이 지나면서, 규제 당국이 어떤 형태로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점은 거의 확실했고, 미국 상장 기업들도 이를 분명히 이해하고 있었다. 지난해 기준으로 이미 상장기업의 63%는 다양한 형태로 ESG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제 SEC의 최종 규정이 발표되면서, 어떤 제안이 채택될 것인지, 무엇이 요구될 것인지에 대해 추측할 필요가 없어졌다. 기업들은 이제 명확한 목표를 가지게 된 것이다.
Kearney는 886쪽에 달하는 규정 문서를 모두 검토하여, 기업이 주목해야 할 네 가지 핵심사항을 도출했다. 아래에서 이 사항들을 요약하고, 기업들이 최종 규정에 맞춰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권장 사항을 제시한다.
1. SEC의 기후공시 규정에 대한 4가지 핵심 사항
Scope 1, 2 배출 보고
새로운 기후공시 규정의 핵심은, 상장 기업이 자사의 온실가스(GHG) Scope 1 및 Scope 2 배출량을 보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Scope 1 배출은 공장이나 사무실 등 기업이 직접 소유하거나 통제하는 자원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이고, Scope 2 배출은 기업이 외부로부터 구매한 에너지 사용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이다. Scope 1과 Scope 2 보고 규정은 대기업부터 순차적으로 적용되며, Scope 1과 2 배출량 모두 제3자 감사를 통해 인증을 받아야 한다.
이번 SEC 규정에서 제외된 항목은 Scope 3 배출에 대한 공시 의무이다. Scope 3 배출은 기업의 전체 가치사슬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을 의미한다. Scope 3 배출이 대부분의 기업에서 탄소발자국의 80% 이상을 차지할 만큼 가장 큰 배출원이지만, 동시에 모니터링하고 통제하기가 매우 어려운 배출 유형이기도 하다.
► Scope 3 온실가스 배출은 대부분의 기업에서 가장 큰 배출원이나, 모니터링 및 제어가 가장 어려움
실제로 SEC는 Scope 3 배출 측정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여, 이번 초기 규정에 이를 포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기후 관련 리스크 보고 및 관리
두 번째로 주목할 만한 새로운 규정은 기업이 비즈니스에 미치는 기후 리스크와 그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 관련 리스크(Climate-related risk)”는 업종에 따라 매우 다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해수면 상승과 홍수 위험에 처해 있는 해안가에 여러 호텔을 보유한 브랜드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러한 리스크가 비즈니스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면, 기업은 이를 재무 보고서에 공시해야 한다. 또한, 홍수 방어벽 건설, 해안선 변경 등 리스크를 해결하기 위해 취하고 있는 세부적인 조치 사항도 공유해야 한다.
현재 이러한 정보를 자발적으로 기후 보고서에 포함하는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다고 SEC는 언급한다. 따라서 이는 Scope 1 및 Scope 2 보고와는 달리, 대부분의 기업에게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도전 과제가 될 것이다.
기후 목표 및 진행 상황
기업은 비즈니스, 운영 결과 또는 재무 상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기후 관련 목표와 계획을 공시해야 한다.
다만, 목표가 아직 초기 단계에 있거나 내부 계획 목적으로 존재하거나, 아직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에는 공개할 의무가 없다.
Kearney는 이 규정이 두 가지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측한다. 첫째, 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영역으로서, 기후 목표가 미치는 ‘경제적 영향’과 ‘리스크’를 조명할 수 있다. 둘째, 기업 간 보고 기준의 일관성을 높여 투자자들이 각 기업의 활동을 보다 더 쉽게 비교하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기후 거버넌스
기후 거버넌스 규정이 시행되면, 기업들은 이사회가 기후 관련 리스크를 관리 감독하기 위해 마련한 방안을 상세히 설명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이사회 위원회를 구성하고 해당 위원회가 수행하는 역할 등을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규정 초안보다 완화된 것으로, 당시에는 이사회의 기후 전문성에 관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현재로서는 기업이 이사회에 어떤 기후 관련 전문성이 있는지 공개할 의무는 없지만, 이는 일종의 유예 기간일 수도 있다. 앞으로 이사회의 기후 전문성에 매우 많은 것이 달려 있기 때문에, SEC는 이러한 공시를 의무화할 가능성이 크다.
2. 기후공시 규정에 대한 기업의 대응 방안
Kearney는 기업들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환경적 책임을 다하도록 지원해온 결과, 기업들 간 진척도에
큰 격차가 벌어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부 상장 기업은 이미 SEC의 요구사항을 상당 부분 준수하고 있으며, 몇 가지 사항만 개선하면 규정을 맞출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다른 기업들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으며 훨씬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의 모든 상장 기업에게 있어 첫 번째 단계는 현재 상태를 파악하고, 정확하고 검증 가능한 공시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역량을 점검하는 것이다. 자가 평가를 시작하기 위한 핵심 질문은 다음과 같다.
- 귀사는 지금까지 진행해온 작업을 바탕으로, 완전하고 정확한 배출 보고서를 발간할 준비가 얼마나 되어 있습니까?
- 귀사는 새로운 공시 요건을 충족하는 데 필요한 운영 인프라(시스템, 도구, 프로세스)와 인적 역량을 갖추고 있습니까?
- 귀사는 기후 관련 리스크, 즉 수익 창출에 영향을 미치는 실제 상황에 대해 명확히 이해하고 있습니까, 또한 해당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실질적 투자를 진행했습니까?
- 귀사는 지속가능성 목표를 명시했습니까? SEC 규정이 최종 확정된 지금, 단순히 규정 준수를 목표로 하는 것입니까, 아니면 지속가능성을 차별화의 수단이자 재무적 가치 창출의 원천으로 보고 있습니까?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에 따라 지속가능성 팀이 조직의 다른 부서와 어떤 방식으로 상호작용할지 결정된다. 단순히 규정 준수에만 관심 있는 기업이라면, 지속가능성 팀은 배출량 및 기타 공시 데이터를 수집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반면, 기후 관련 활동을 가치 창출의 기회로 여기는 기업에서는 지속가능성 팀은 전문성을 갖춘 핵심 부서로 기능하며, 조직 전반에 걸쳐 조언하고 주요 의사 결정자들과 활발히 소통할 가능성이 높다.
► 많은 기업들이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옳은 일’을 하고 있는 지금, 귀사는 목표를 어떻게 발전시키고 싶은가?
목표와 관계없이, 지속가능성 전략은 2024년 3월 SEC 규정을 넘어서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나 미국의 개별 주를 포함한 다른 규제 기관들도 자체적인 규정을 발표하며, 미국 기업들에게 ESG 관행을 개선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또한, 많은 미국 기업들이 공급업체와 파트너의 ESG 관행을 모니터링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규정이 본격적으로 요구되기 전부터 Scope 3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은 지속가능성 팀이 신경 써야 할 여러 가지 사항과, 왜 선도 기업들이 계속해서 변화하는 규정에 빠르게 적응하고 유연하게 대응하는지를 상기시켜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