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 동안 글로벌 소매 공급망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혼란을 겪어왔다. COVID-19 팬데믹, 인공지능(AI)의 부상, 관세, 그리고 해상 운송 경로에 대한 테러 공격에 이르기까지, 공급망의 복원력은 끊임없이 시험대에 올랐다. 그 결과 소매·제조·물류 경영진들은 끝이 보이지 않는 불확실성의 쓰나미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에 빠져 있다. 이때 떠오르는 질문은 두 가지다. “어떻게 잡음을 줄이고 진짜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을까?” 그리고 “추상적인 담론을 넘어서, 실제 시장에서 실행 가능한 전략과 전술을 설계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은 분명히 “그렇다(Yes)”이다.
1.소매 산업의 진화
소매 산업을 이해하려면 세 가지 중요한 질문에서 출발해야 한다.
- 사람들은 무엇을 구매하는가? (수요 패턴과 제품 구성)
- 어떻게 구매하는가? (소매 형식과 이행 모델)
- 왜 구매하는가? (마케팅/소비자 상호작용, 지속가능성/ESG 가치)
과거의 소매는 표준화된 제품을 제한된 유통 채널을 통해상대적으로 수동적인 소비자에게 판매하던 ‘대중 시장’ 시대였다. 하지만 이제 소비자는 원하는 것을, 원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시점과 장소에서 손에 넣기를 기대한다. 상품 구색은 점점 더 맞춤화되고 있으며, 소셜 미디어는 사회적 상거래(Social Commerce)의 주요 동력이 되고 있다.
본 분석에서는 위 세 가지 질문과 주제 영역을 중심으로 세 개의 시계열(2010–2020, 2021–2025, 2026–2030) 데이터를 나누어 살펴보았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
2. 사람들은 무엇을 구매하는가?
“무엇을 구매하는가”라는 관점에서 볼 때, 수요 패턴은 뚜렷한 변화를 겪어왔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지는 편리함, 가격 민감도, 가처분 소득 수준이 수요를 주도했다. 그러나 2021년 이후에는 필수품 및 가치 지향적 소비로 무게중심이 이동했다. 2030년을 내다보면, 양극화된 수요 구조와 프리미엄화의 진전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상품 구색(Assortment) 역시 자체적인 변화를 겪었다. 2010–2020년 동안은 다양한 고객 세그먼트에 맞춘 폭넓고 다양한 제품 구색 제공이 강조되었다. 그러나 최근 5년간은 이 범위가 좁아지며, 고마진 프리미엄 상품과 자체 브랜드(Private Label) 제품에 집중하는 경향으로 전환되었다. 앞으로 2030년까지는 다음과 같은 흐름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 초지역화(Hyperlocal) 및 소량 한정판 제품 증가
- 차별화된 자체 브랜드 제품과 독점적 상품 제안 확대
- 제품과 부품을 재제조·재활용·재사용할 수 있는 순환형 공급망(Circualr Supply Chain) 강화
- ‘어떻게 구매하는가’의 측면에서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3.어떻게 구매하는가?
2010년부터 2020년까지는 쇼핑몰, 대형 매장, 백화점의 확장과 함께 전자상거래의 폭발적 성장이 두드러졌다. 그러나 2021년경부터는 쇼핑몰의 쇠퇴와 대규모 매장 폐점이 이어지며, 일명 ‘리테일 아포칼립스(Retail Apocalypse)’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었다. 동시에 소규모 도심형 매장 등 새로운 포맷이 성장하기 시작했다. 2030년을 향해 가면서는, 체험형 매장(예: 무인 계산 매장, VR 기반 매장)과 옴니채널 이행이 가능한 매장이 물리적·디지털 쇼핑 경험을 융합하며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행(Fulfillment) 측면에서 보면, 2020년까지는 매장과 전자상거래를 별도로 운영하는 인프라가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COVID 이후에는 하이브리드 옴니채널 모델이 급부상했다. 온라인 주문 후 매장에서 수령(BOPIS, Buy Online Pickup In Store), 커브사이드 픽업 및 배송, 마켓플레이스 기반의 이행 확대 등이 대표적이다.
2030년경에는 옴니채널 이행이 업계 표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매장이 핵심 허브 역할을 하게 되며, 동시에 마켓플레이스를 통한 이행 분리(Fulfillment Decoupling)도 심화될 것이다. (도표)
► 도표. 리테일 산업은 무엇을, 어떻게, 왜 구매하는가의 관점에서 변화하고 있다
4. 왜 구매하는가?
마케팅과 소비자 상호작용 변화부터 살펴 보면, 2010~2020년 동안은 구글, 페이스북 등 전통적인 디지털 마케팅과 SEO 기반 전자상거래 성장에 따른 타깃 광고가 주류였다. 2021~2025년에는 리테일 미디어 네트워크(Retail Media Network)와 틱톡(TikTok) 같은 소셜 미디어를 통한 DTC(Direct-to-Consumer) 브랜딩이 급부상했다. 실제로 2025년까지 미국 상위 100대 소매업체의 약 80%가 자체 리테일 미디어 네트워크를 구축했거나, 제3자와 협력해 개발 중이었다. 앞으로는 AI 기반 참여(메타버스 활용), 소셜 커머스 및 커뮤니티 팬덤, BNPL(Buy Now, Pay Later)과 같은 대체 결제·구매 모델이 크게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과 소비자 모두의 태도 변화는 소매 공급망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10~2020년까지의 초기 단계에서는 규제 준수 중심의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성 프로그램이 전개되었다. 그러나 2021~2025년에는 탄소 발자국 추적, 공급망 투명성(Traceability), 윤리적 소싱과 같은 요소가 소비자 선호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러한 경향은 2030년까지 지속·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리테일 산업을 이끄는 거시적 트렌드 역시 계속 진화하고 있다.
5. 리테일 산업의 거시 트렌드
2021~2025년 동안 여러 핵심 트렌드가 등장했다. 예를 들어, 팬데믹으로 인한 혼란은 수요가 필수재로 이동하고, 오프라인 매장의 합리화(폐점 및 축소), 디지털 및 전자상거래의 가속화라는 변화를 촉발했다. 또한 정책, 인플레이션, 규제, ESG 압력은 특정 소매 업종에서 수요 감소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앞으로는 특히 관세 및 무역정책의 변화와 같은 지정학적 요인이 제품 구색, 소싱 전략, 가격 정책을 크게 좌우하며, 궁극적으로 수요 패턴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AI 및 관련 기술의 부상은 가격 책정, 제품 구색 추천, 기획 등 소비자 참여의 모든 측면을 변화시킬 것이다.
소비자들 역시 투명성, 윤리적 경영, 소통 채널, 브랜드 홍보대사(Ambassador)를 기준으로 브랜드를 선택하는 데 점점 더 까다로워질 것이다.
이 모든 변화는 흥미롭지만, 중요한 질문이 남는다. “이것이 실제로 어떤 의미를 가지며, 소매 공급망 이해관계자들은 다가올 변화를 대비하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6. 성공적인 공급망 운영을 위한 실질적 방안
Kearney는 미래의 공급망 성공을 위해 반드시 취해야 할 세 가지 핵심 실행 과제를 강조한다.
리스크 평가와 회복탄력성 강화
우선순위와 취약성을 기준으로 공급 포트폴리오를 세분화하고, 총소유비용(Total Cost of Ownership)을 예측에 반영하며, 다각화·공급 재조정·제품 흐름 통제 강화 등의 방안을 통해 회복탄력성을 구축해야 한다.
민첩성을 갖춘 새로운 운영 모델 도입
물류 자산의 역할을 재평가하고, 수요 및 제품 흐름의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도록 공동 운영과 같은 새로운 인프라 모델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마켓플레이스를 활용해 규모와 역량을 신속히 확장하고, 자본 지출에 있어 신중해야 한다.
디지털 및 분석 역량을 활용한 신속한 의사결정
외부 요인과 내부 계획이 전체 가치에 미치는 영향력을 평가하기 위해 엔드 투 엔드(End-to-end) 가시성과 정보 연결성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신속한 시나리오 기반 계획 수립과 인사이트 도출을 위한 분석 인프라를 구축해 최적의 실행 방안을 찾아야 한다.
후속 아티클에서는 이 세 가지 실행 단계를 더욱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변화하는 리테일 환경 속에서 공급망 역량이 어떻게 진화해야 하는지 다룰 예정이다.